읽고본느낌

이순신의 바다

샌. 2023. 6. 28. 11:28

황현필 선생이 쓴 충무공 이순신의 이야기다. 전기라기보다는 충무공이 치른 해상 전투를 중심으로 장군의 활약상이 그려져 있다. 국뽕기가 있지 않을까 염려했는데 사실(史實)에 입각한 드라이한 설명이 좋았다. 또한 각 전투마다 지도가 첨부되어 있어 당시 상황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번에 다시 확인하게 된 것은 조선 해군의 힘이었다. 천자총통 등의 함포로 무장한 판옥선은 일본 해군보다 뛰어났다. 충무공은 우리 해군의 장점을 최대로 활용하여 모든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충무공의 기본 전술은 일본의 조총 사거리 밖 먼 거리에서 포로 일본 함선을 깨뜨리는 것이었다. 지형이나 때를 이용한 충무공의 전술이 더해져서 23전 23승의 놀라운 결과를 만들었다.

 

이순신 장군이 없었다면 임진왜란이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었으리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한마디로 나라를 구한 영웅이시다. 충무공은 박정희에 의해서 국가에 대한 충성의 아이콘으로 되는 바람에 괜히 거리감을 두게 된 측면도 없지 않았다. <이순신의 바다>를 통해서 그런 오해를 완전히 씻어내게 되었다. 장군은 군사 전략가로서만이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존경할 수밖에 없는 분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에 현충사를 찾게 된다면 더욱 숙연해지게 될 것 같다.

 

일본군이 부산에 상륙한 때가 1592년 4월 13일이었다. 한성이 5월 3일에 점령되었으니 일본군이 부산에서 한성까지 올라오는데 고작 20일 정도가 걸렸다. 충주 탄금대 전투가 있었지만 제대로 된 저항을 받지 않고 일사천리로 북진했다는 얘기다. 그만큼 육군에서는 일본군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선조는 도망하기에 급급했다. 충무공이 우러러보일수록 선조의 무능이 부각된다. 잘 싸우던 충무군을 삼도수군통제사에서 파직하고 백의종군시킨 결과는 참혹했다. 후임인 원균이 칠천량 해전에서 대패하면서 조선 해군의 전력이 한순간에 붕괴되고 말았다.

 

"지금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전선이 있습니다[今臣戰船 尙有十二]."

"전선의 수는 비록 적으나 미천한 신이 죽지 않았으므로 적들이 감히 우리를 업신여기지 못할 것입니다[戰船雖寡 微臣不死則 不敢侮我矣]."

이순신이 선조에게 보낸 장계에 적힌 이 문장은 언제 봐도 울컥해진다. 장군은 열두 척의 배를 끌고 명량에서 수백 척의 일본 함선을 막아냈다. 그리고 임진왜란 마지막 전투인 노량 해전에서 장렬한 전사를 했다. 이순신의 죽음에 대해서는 아직도 여러 설이 존재하는 것 같다.

 

지은이는 말한다. 만약 이순신이 전라좌수사가 아니라 경상좌수사나 우수사였다면 일본군은 조선땅에 상륙하기도 전에 바다에서 참패하고 일본 열도로 물러났을 것이다. 혹여 일부 부대가 상륙했다손 치더라도 전진기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보급품 부족으로 고사당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임진왜란(1592~1598)은 임진왜변(1592)정도로 기록되지 않을까.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쨌든 그 시대에 이순신 같은 명장이 등장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책의 끝에는 이순신에 대한 외부의 평가가 나온다. 우리보다 외국인들이 이순신을 더 높게 평가하는 것 같다. 영국의 해전사 전문가인 조지 알렉산더 발라는 제독은 이렇게 말했다.

"영국인의 자존심은 그 누구도 넬슨 제독과 비교하길 거부하지만, 유일하게 인정할 만한 인물을 꼽자면 한반도의 이순신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실수가 없었으며, 그야말로 모든 면에서 완벽해 흠잡을 점이 전혀 없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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