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인류의 여정

샌. 2023. 8. 22. 10:53

인류의 여정이라고 하면 대략 20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해서 아프리카 대륙을 벗어나 전 세계로 퍼져나간 뒤 현재의 문명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을 뜻한다. 이 거대한 여정은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이 책 <인류의 여정[The Journey of Humanity]>은 오데드 갤로어(Oded Galor)가 경제학의 관점에서 인류의 여정을 풀이한다. 다루는 주요 주제는 부와 불평등의 기원이다.

 

인류는 산업혁명을 겪으면서 급격한 전기를 맞았다. 지은이는 산업혁명을 인류의 여정의 임계점(critical point)으로 본다. 지은이가 그래프로 보여주는 건강이나 부, 교육 면에서의 변화는 이 시기에 와서 너무나 폭발적이다. 마치 빅뱅이 일어난 것 같다. 그전까지 인류의 삶은 질적인 면에서 수천 년에 걸쳐서 대동소이했다. 기술 혁신이 있었더라도 생활수준이 향상되면 출산율이 올라가서 생활 개선은 일시적일 뿐이었다. 인구가 늘어나면 식량은 부족해지고 다시 겨우 생존을 유지하는 수준으로 떨어진다. 맬서스는 이를 '빈곤의 덫'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불현듯 닥친 산업혁명은 이 덫을 해체했다.

 

상전이와 같은 산업혁명이 가능한 것은 인력자원과 기술의 진보이며 이 둘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변화를 추동시켰다. 책에서는 여러 자료를 분석한 해석이 나온다. 동시에 부의 집중 현상과 계급 간의 마찰도 생겼다. 지은이는 먼 과거로 거슬러올라가면서 불평등이 생기게 된 원인을 찾는다. 지리, 정치, 기후, 문화, 제도, 질병, 전쟁 등이 영향을 끼쳤음을 보인다. 우리나라 남북한의 극명한 대비도 한 예로 나온다. 하나의 국가였다가 반대되는 체제로 나누어진 뒤 지금은 남과 북이 경제 수준에서 엄청난 차이가 벌어졌다. 지은이가 부와 불평등의 기원을 연구하는 것은 그 폐해를 막고 인류의 공영으로 나아가자는 의도일 것이다.

 

책 전체에 흐르는 관점은 낙관주의다. 인류는 당면한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미래를 개척해 나갈 것이다. 인류는 20세기에 들어서도 대공황이나 1, 2차 세계대전 등 끔찍한 재앙을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건들이 인류의 전진하는 여정을 멈추게 하지 못했다. 지은이의 말대로 하면, "인류의 행진은 그야말로 억척스럽고, 그 무엇도 행진을 멈추게 할 수 없다"이다.

 

<인류의 여정>은 경제학자가 바라본 인류의 과거, 현재 및 미래에 대한 전망이다. 지은이는 현대의 위기로 환경 파괴와 지구 온난화, 부의 불평등, 부정의(不正義) 등을 든다. 하지만 인류의 여정을 만드는 거대한 힘이 가차 없이 작동하면서 교육과 관용, 성 평등과 다원주의의 확대 등이 인류가 번창하게 할 열쇠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장밋빛 미래를 그리지는 않는다. 빈곤과 부정의를 줄이면서 번영에 이바지하는 방향으로 인류가 나아갈 수 있도록 우리의 역량을 키우도록 독려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과연 지은이의 바람대로 될 수 있을까. 인류는 지금 산업혁명은 비교도 되지 않는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산업혁명을 이끈 테크놀로지와는 차원이 다른 AI 혁명의 폭풍 속으로 돌입하고 있다. 그것이 유토피아가 될지 디스토피아가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호모 사피엔스의 종말이 너무나 빨리 찾아올지 모른다. 이제 우리는 인류의 여정의 종착점에 도달한 것은 아닌지, 불길한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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