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샌. 2024. 1. 7. 12:59

 

행복한 신혼생활을 하는 부부에게 어두운 그림자가 스며든다. 남편인 현수에게 몽유병(렘수면 행동장애) 증상이 나타난 것이다. 얼굴을 긁어 상처가 나고, 냉장고에서 생고기를 씹어먹고, 심지어는 창문에서 뛰어내린다. 반려견을 냉장고에 집어넣어 죽이기도 한다. 임신한 아내 수진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결국은 수진마저 강박증에 시달리고 현수가 귀신에 들렸다고 믿은 나머지 엄청난 사건을 일으킨다.

 

'잠'은 공포 미스터리 장르에 들어갈 영화다. 인간의 망상과 집착이 심해져 파멸로까지 나가는 지를 보여준다. 둘은 합리적 해결책을 찾을 수도 있었다. 아기를 낳은 뒤에는 분리해서 생활하는 게 상식이지만 부부는 둘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고집한다. 여기에 확증편향이 더해져 막다른 골목으로 몰린다.

 

이 영화를 본 것은 현수 역을 맡은 이선균 배우 때문이다. 그는 지지난주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선한 인상의 배우였는데 너무나 안타깝다. 작년 가을에 개봉된 이 영화는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된 셈이다.

 

이선균의 죽음이 사회적 타살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그는 작년 10월에 마약 혐의로 수사를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약 검사를 네 차례나 해도 전부 음성 반응이 나왔다. 당연히 무혐의 처분을 하고 종결시켜야 하는데 어쩐 일인지 경찰에서는 소환 조사를 계속했다. 수사 내용이나 녹취록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사회적으로 매장을 당한 상태였다. 이선균의 죽음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현 정부의 무리한 수사 탓이라는 비판이 있다.

 

아까운 배우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 이 영화에서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위기에 맞서 싸웠지만, 현실에서는 그 반대가 되어 영원한 잠에 들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 그간의 고뇌가 어떠했을지 제 삼자는 도저히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내내 안타까운 심정으로 본 영화였다. 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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