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혼자 사는 사람들

샌. 2023. 12. 26. 12:00

 

진아는 타인과의 관계 맺기에 어려움을 겪는 여자다. 혼자 살면서 집과 회사(카드 회사 콜센터 직원)만을 오가는 생활을 한다. 동료들과 대화도 없고, 점심도 외딴 식당에서 혼자 먹으며, 출퇴근 때는 이어폰을 끼고 휴대폰 화면만 본다. 휴대폰에 집중하는 것은 나에게 가까이 오지 말라는 신호와 같다. 외부와 단절된 삶이 편하기 때문이다.

 

이런 패턴에 균열을 일으키는 사건 두 가지가 생긴다. 하나는, 신입사원 수진을 1:1로 연수를 시켜야 하는 일로 진아에게는 너무 부담스러운 것이었다. 붙임성 좋은 수진에게 매몰차게 대하지만, 솔직하고 관계를 중시하는 수진을 보며 진아의 마음에는 미묘한 파장이 인다. 다른 하나는, 홀로 사는 옆집 남자가 고독사한 지 일주일 만에 발견된 사건이다. 뒤이어 입주한 남자는 떠난 사람의 영혼을 달래는 제사를 지내는 등 적극적인 관계의 모습을 보인다.

 

수진은 늘 이렇게 말하면서 믿었다. "전 혼자가 편해요." 하지만 이 두 사건을 통해 과연 그런한가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된다. 혼자가 편한 척 했을 뿐, 실제는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인간은 어쩔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다. 진아 역시 사람과의 친밀한 관계를 그리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친구가 많다고 큰소리 친 수진도 마찬가지다. 진아의 미안하다는 작별 인사를 전화로 듣고는 눈물을 흘린다. 수진 역시 사람의 정에 목말라했던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우리는 누구든 각자의 외로움을 안고 살아간다.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말이 있듯 연락처 명단이 많다고 외롭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 영화의 제목이 '혼자 사는 사람'들''인 것은 물리적으로는 혼자 살지 않더라도 내면의 심리에서는 모두가 혼자 사는 사람이라는 뜻이 아닐까.

 

영화를 보면서 내 자신과 비교하며 공감했다. 나 역시 혼자 있는 게 편하다고 믿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그런 배경에는 타인과의 관계를 간절히 바란다는 역설적인 표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영화는 진아의 과거가 어떠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불행한 가정사가 비치기는 하지만, 인간에 대한 환멸을 느끼게 된 어떤 동기가 있었을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에서는 진아가 어두컴컴한 방의 커튼을 열어젖히니 환한 햇빛이 쏟아져 들어온다. 처음으로 진아의 얼굴에 미소가 감돈다. 새 출발을 하는 진아는 분명 더 개방적이고 긍정적인 삶을 개척해 나갈 것이라 본다. 진아 역을 맡은 공승연 배우의 연기가 좋았다. 현재 우리나라 1인 가구는 전체의 30%에 달한다. 진아는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보편적인 모습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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