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코마

샌. 2024. 3. 10. 10:43

로빈 쿡의 의학 스릴러 소설이다. 읽다 보니 기시감이 드는 내용인데 오래전에 출판된 책이라 예전에 접했던 적이 있었던 것 같다. 책이 아니라면 영화를 봤을 수도 있다. 어쨌든 흥미롭게 읽었다.

 

뇌 기능이 정지돤 혼수상태를 '코마(coma)'라고 한다. 총명한 의대생인 수잔 윌러가 보스턴 메모리얼 병원에 연수를 갔다가 코마에 빠진 환자를 보면서 의문을 품게 된다. 자신과 동갑인 젊은 처녀가 자궁 이상 출혈로 소파 수술을 받다가 갑자기 코마 상태에 빠졌고, 한 청년이 무릎 이상으로 수술을 받다가 의식불명 상태가 되었다. 병원 자료를 살펴보던 수잔은 이런 사례가 수십 명에 이르는 것을 발견한다.

 

<코마>는 병원측의 거대한 음모를 밝히기 위해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인다. 마지막에는 수잔 자신도 코마의 대상이 되어 수술대 위에 오르게 된다. 돈 앞에서는 인간도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장기를 적출하기 위해 인간을 마루타로 여기는 대형 병원의 상상할 수 없는 비리가 소설로 그려진다.

 

소설에서 제일 끔찍한 장면은 코마 환자가 이송되어 오는 제퍼슨 연구소다. 이곳에는 100명이 넘는 코마 환자들이 천장에 매달려 자신의 장기가 팔려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다. 연구소에 견학으로 위장하고 잠입한 수잔에게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이 사람들은 인간이 아닙니다. 전에는 인간이었지만 지금은 뇌가 멈출 준비를 하고 있는 인간 표본입니다. 현대의학과 의술이 발달했기 때문에 이렇게 계속 살아있게 할 수는 있지요. 끝없이 살 수 있도록 할 수도 있고요. 그러나 그 결과는 그에 투자하는 비용의 증대만 가져왔지요. 사람들이 생명의 소중함에 대한 법률을 만들다 보니 의술을 점점 더 발전할 수밖에 없지요. 지금도 발전하고 있는 중이고요. 그 결과가 이겁니다."

 

인간은 어떻게 사느냐만큼 어떻게 죽느냐도 중요하다. 현대의학은 너무 생명 연장에 비중을 두다 보니 품위 있는 죽음의 과정에는 소홀하다. 소설에 나오는 제퍼슨 연구소가 이를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생명 존중의 원칙이 결과적으로는 생명 경멸로 변한 것이다.

 

장기 이식을 둘러싼 어두운 거래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마약과 장기 매매는 큰 돈이 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인간과 생명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려되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인간다운 삶과 죽음을 위해 현대의학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지은이는 소설을 시작하면서 파스칼의 <팡세>에 나오는 한 구절을 인용하고 있다. 

 

"인간은 천사도 아니거니와 짐승도 아니다. 그러나 불행한 것은 인간은 천사처럼 행동하려고 하면서 짐승처럼 행동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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