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내가 꿈꾸는 집

샌. 2012. 4. 18. 07:27

나는 양지바른 산자락 아래에 있는 작고 조용한 집을 꿈꾼다. 터는 100평 정도면 넉넉하겠다. 거기에 10평대의 작은 집을 앉히고 싶다. 그래도 있을 건 다 있는 집이다. 마당과 텃밭이 있고, 화단도 있다. 집 둘레에는 나무를 심겠다. 귀퉁이에는 항아리 몇 개가 얌전하게 앉은 장독대도 놓을 것이다.

다른 건 양보할 수 있으나 소음은 안 된다. 이런 꿈을 꾸는 건 도시의 소란에서 벗어나고 싶기 때문이다. 아파트를 싫어하는 첫째 이유가 층간 소음 때문이다. 아파트는 외부 소음은 잘 차단하지만 내부 소음에는 속수무책이다. 아이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여기 와서는 더 싫어하게 되었다. 전에 여주 밤골에서 살 때는 이웃집 개 짖는 소리 때문에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젠 제발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조용하게 살고 싶다.

그렇다고 깊은 산 속은 무섭다. 적당히 마을이 가까워야 한다. 내 구미에 맞는 이런 터가 있을까? 더구나 여기서 1시간 안팎의 거리여야 한다.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전원마을도 알아보고 있다. 함께 어울려 살지만 독립된 공간이 보장되는 단지라면 괜찮을 것 같다. 그것 역시 내 이기적인 성향에 맞을 데가 있을지 모르겠다.

전원주택에 관심을 가지고 알아보다가 우리나라 전원주택 평수가 너무 넓다는 걸 알고 놀랐다. 매물 사이트를 보면 보통 대지가 200평, 건평은 40평이 넘는 집이 많다. 도대체 터나 집이 왜 이렇게 넓고 커야 하는지 모르겠다. 작은 집을 원하면 직접 짓는 수밖에는 없다. 광주에 있는 어느 전원주택 단지에 들렀더니 30평 밑으로는 아예 짓지 못하게 한다. 단지의 품위가 떨어진다나 어떻다나, 할 말을 잃었다.

다른 방편으로는 남의 집을 임대로 살아볼 생각도 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조건에 맞는 전셋집 구하기는 더 만만치 않다. 그렇더라도 조급하게 결정할 일은 아니다. 지난 경험으로 배운 게 많다. 기다릴수록 좋은 터를 만날 가능성은 커진다. 그러나 안 될 일은 안 되게 되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제 날이 풀렸으니 발품을 팔며 이리저리 돌아다녀 봐야겠다. 끝내 결실이 없어도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는가. 꿈 하나 갖고 사는 것으로 만족하련다.

나는 작은 집 하나 갖고 싶다
작은 마당이 있고
우물이 있고
텃밭이 있는
그런 작은 집 하나 갖고 싶다

산그림자가 마당까지 내리고
설핏하게 산새가 우짖는

방문 열고 밖을 내다보면
구름이 두둥실 떠가고
바람이 휑하니 지나가고

지친 어깨를 문지방에 기대고 앉아
돋아나는 별들을 보고 싶다
별들의 속삭임을 듣고 싶다

가슴 가득한 그리움 하나 키우며
아무도 찾아올 수 없는
울울창창한 깊은 산중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싶다

텃밭 가득 상추랑 오이랑 고추랑 심고
아침마다 물을 주고
풀을 매며
그렇게 자연과 벗삼아 살고 싶다

- 내가 꿈꾸는 집 / 남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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