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산소 풀 뽑기

샌. 2012. 4. 7. 12:40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말이 실감 나는 날씨다. 4월에 때아닌 눈이 내리더니 태풍급의 강풍이 며칠째 불고 있다. 비닐하우스 농가의 피해가 크고, 서울에서는 전철이 멎기도 했다. 고향에 오가는 길에서도 눈을 만났고, 달리는 차가 기우뚱거려 조심해야 했다.

 

한식(寒食)에는 산소에 난 풀 제거 작업을 했다. 잔디 사이에 돋은 풀을 하나하나 캐내느라 어머니와 둘이서 했는데도온종일이 걸렸다. 망초, 쇠뜨기, 꽃다지가 유난히 많았다. 밭에다 산소를 쓴 탓에 잡초 씨앗이 많이 날아든다. 그래도 초봄에한 번 작업을 해주면이후에는 산소 돌보는 게 훨씬 수월하다.

 

그것도 일이라고 오후에는 무척 힘이 들었다.아파트에서 편히 지내던 몸이 이게 웬 고생이냐고 했다. 겉으로 표시도 못하고 많이 부끄러웠다.머리 따로 몸 따로의 이율배반적 삶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겠다.

 

옆 산소에서 일하던 친구 형을 만났다. 작년에 부인을 병으로 먼저 보내고 혼자서 산다. 얘기에 깊은 외로움이 묻어났다. 어머니가 얼마 전에 찾아갔더니 방마다 라디오를 크게 틀어놓고 있더란다. 안방에서는 TV가, 다른 두 방에서는 라디오가 시끄러웠다고한다. 그렇게라도 사람의 소리를 듣고 싶은 것이다. 슬프지만 농촌의 일반적인 현실이다.

 

마을 뒷산이 발가벗겨졌다. 작년에 서울 사람이 산을 사더니 호두나무를 심는다고 나무를 다 베어냈다. 밤나무가 많던 산인데 나무는 펄프공장으로 모두 실려갔다. 어릴 때 그 밑에서 뛰어놀고 밤을 줍던 밤나무는70년이 된 나무들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수익성 있는 사업이겠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그보다 더 소중한 것일 수도 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양평에 있는 H 전원주택 단지에 들렀다. 1시간 가까이 긴 설명을 들었다. 봄이면 여기서도 사업이 진행될 것이다. 지금은 여러 가지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그러나 빠른 결단보다는 신중한 기다림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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