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만화경을 보며 무척 신기해 하던 기억이 난다. 작은 유리 기둥 안에서 생기는 온갖 색깔의 변화에 홀린 것이다. 그러나 그 현란한 색깔의 요술이 단지 색종이 몇 조각이 부리는 장난이라는 것을 알고는 실망을 했다. 천변만화의 현상들 배후에 숨어있는 원리는 만화경처럼 단순하리라고 본다. 과학자들이 궁극적으로 찾는 것도 마찬가지다.앞으로 발견될 대원리는 만화경 속의 색종이 몇 조각으로 귀결될지도 모른다. 복잡해 보이는 세상의 실상도 알고 나면 이렇듯 단순하고 무미건조할 것이다. 거기에 인간은 여러가지 의미를 붙이고 채색을 한다. 인간이 진실을 외면하는 이유는 맞닥뜨릴 진실이 너무 단순해서 두렵기 때문일 수도 있다. 가을이 익어가는 풍경이 볼록유리를 통해 흐릿하게 보인다. 하나하나의 유리가 각기 하나씩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