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밖에 수직으로 서 있는 시멘트 축대의 갈라진 틈에서 제비꽃 한 송이가 꽃을 피웠다. 틈이래야 폭이 실처럼 가는데 그 안으로 씨가 들어간 것도 신기하거니와 속에 무슨 흙이 있는지 싹이 트고 꽃을 피운 것이 희한하기만 하다. 빗물조차도 그 틈으로는 들어갈 수 없을 것 같다. 그런데도 꽃은 여느 기름진 땅에서 핀 제비꽃에 못지않게 크고 튼실하다. 나는 생명의 신비가 놀라워 매일 한 번씩 그 제비꽃을 찾아가 본다. 어떤 때는 물이라도 뿌려주고 싶지만 괜히 쓸데없이 간섭하는 것 같아 그냥 지켜보기만 한다. 가만히 쪼그리고 앉아 제비꽃을 바라볼 때면 아무 이유 없이 서글프고 고맙기만 하다. 작은 들꽃은 자신의 위치나 입장을 비관하지 않는다. 씨앗이 자갈밭에 떨어지든 옥토에 떨어지든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