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34

늪 / 오태환

다슬기 다슬다슬 물풀을 갉고 난 뒤 젖몽우리 생겨 젖앓이하듯 하얀 연蓮몽우리 두근두근 돋고 난 뒤 소금쟁이 한 쌍 가갸거겨 가갸거겨 순 초서草書로 물낯을 쓰고 난 뒤 아침날빛도 따라서 반짝반짝 물낯을 쓰고 난 뒤 검정물방개 뒷다리를 저어 화살촉같이 쏘고 난 뒤 그 옆에 짚오리 같은 게아재비가 아재비아재비 하며 부들 틈새에 서리고 난 뒤 물장군도 물자라도 지네들끼리 물비린내 자글자글 산란産卵하고 난 뒤 버들치도 올챙이도 요리조리 아가미 발딱이며 해찰하고 난 뒤 명주실잠자리 대롱대롱 교미交尾하고 난 뒤 해무리 환하게 걸고 해무리처럼 교미交尾하고 난 뒤 기슭어귀 물달개비 물빛 꽃잎들이 떼로 찌끌어지고 난 뒤 나전螺銓같은 풀이슬 한 방울 퐁당! 떨어져 맨하늘이 부르르르 소름끼치고 난 뒤 민숭달팽이 함초롬히 털며..

시읽는기쁨 2006.03.20

에버렛 루에스

에버렛 루에스(Everett Ruess)는 1914년 미국 오클랜드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는 재주가 뛰어났는데, 아버지의 권유로 대학을 들어가지만 거짓으로 가득 찬 인간 세상에 환멸만을 느낍니다. ‘영원한 자유의 영혼이 되어 세상을 떠돌고 싶었던 내가 감옥에 갇힌 신세가 되었다. 철창이 없는 감옥, 나는 이곳에서 희망을 찾을 수 없다. 주위엔 온통 길들여진 사람들뿐이다. 거짓말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그러면서도 모두가 뻔뻔스런 얼굴이다. 어쩌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자체를 깨닫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도시가 싫다. 거짓말이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그는 문명 세계 대신에 자연의 품을 택합니다. 자연 속에서의 여행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아가던 그는 결국 19..

읽고본느낌 2006.01.08

인간은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가?

인간은 왜 환경을 파괴할까? 최근에 읽은 ‘이타적 유전자’라는 책에서는 그 이유를 인간 본성에 기인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개럿 하딘(Garrett Hardin)이라는 한 생물학자에 의해 명명된 ‘공동 소유의 비극’ 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예를 들면 원시인들이 매머드를 거의 멸종시키게 되었을 때 올바르게 행동하는 바보가 있었다고 합시다. 그는 ‘아니야, 나는 새끼를 밴 매머드는 죽이지 않겠어. 임신한 짐승을 해치는 것은 나쁜 일이야.’ 하고 생각하겠지만 그 어미 매머드를 발견한 다른 원시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자신이 살려준 매머드를 다른 원시인이 잡아 포식하는 마당에, 배를 곯며 기다리고 있는 가족에게 빈손으로 돌아가는 그는 얼마나 어리석은 인간입니까? 어느 한쪽의 자제가 다른 ..

참살이의꿈 2005.10.21

용서받는 까닭 / 유안진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는 것이 있고 들리지 않아도 소리내는 것이 있다 땅바닥을 기는 쇠비름나물 매미를 꿈꾸는 땅 속 굼벵이 작은 웅뎅이도 우주로 알고 사는 물벼룩 장구벌레 소금쟁이 같은 그것들이 떠받치는 이 지구 이 세상을 하늘은 오늘도 용서하신다 사람 아닌 그들이 살고 있어서 - 용서받는 까닭 / 유안진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인간이 이 지구의 주인이라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기고만장해진 인간족 말고 이 말에 동의할 생물은 없을 것 같다. 땅도 하늘도 침묵하고 있지만 가만히 눈 감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인간은 잘 살아 보자는 명분 아래 환경을 파괴하고 다른 생명을 멸종시키며 그러고도 당당하게 큰 소리만 치고 있다. 스스로의 묘혈을 파면서도 그걸 지혜로 착각하고 있다. 천성산의 도룡뇽이..

시읽는기쁨 2004.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