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을 보는데 재미있는 사진 한 장이 눈에 띈다. 바로 이 사진인데 40년 전에 찍은 우리 가족사진이다.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 막내의 돌 기념으로 사진관에 가서 찍은 것이다. 오른쪽에 잔뜩 심술궂은 얼굴로 내가 서 있고, 옆에 어머니가 막내를 안고 있다. 이때 어머니가 30대 중반쯤 되었으니 우리 어머니에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는가 싶게 젊은 모습이다. 그 옆에 계신 분은 외할머니이신데 이제 백수를 바라보시며 생존해 계신다. 앞에는 어린 동생들이 머리 모양으로 봐서는 잔뜩 멋을 내고 서 있다. 왼쪽의 까까머리는 둘째 동생이다. 이 사진이 특별히 기억나는 것은 사진에 찍힌 부끄러운 내 모습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전부 다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는데 나만은 눈을 밑으로 내리깔고 뭔가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