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공상 / 구중서

샌. 2012. 6. 20. 07:28

고향 마을 외진 터에 빈집 하나 있을까

종중 땅에 있던 집 맡아서 들어가

헌 데를 황토로 발라 누울 방을 마련할까

 

흙 마당 울 밑에 아욱이랑 호박 심고

여기저기 나는 잡초 자라게 버려두고

봉당 위 마루에 앉아 내다보면 좋겠네

 

뒷산의 어느 골짝 샘솟는데 있으련만

물길을 끌어대면 곡수연 터 되려나

도회의 친우가 오면 술잔을 띄워볼까

 

     - 공상 / 구중서

 

경안천습지생태공원을 산책하다가 만난 시다. 요사이 내 공상과 닮아 반가웠다.어디 외진 터에 낡은 집이라도 있지 않을까 열심히 두리번거리지만 마음을 당기는 데는 아직 없다. 인연이 닿는다면 언젠가는 내 앞에 나타나리라. 인적 끊긴 산속에 살다 보면 사람과 사람의 소리가 그리워지기도 할까? 제발 그래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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