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평화의 섬을 평화롭게 하라

샌. 2012. 3. 1. 09:23

어제 정부에서는 주민과 시민 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제주도 강정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경제적, 전략적으로 꼭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마침 이번 주 가톨릭 주보에 '제주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천주교 연대'에서 배부한 유인물이 들어 있었다. 4쪽으로 된 만화인데 해군기지 건설의 실상과 갈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그내용을 옮긴다.

주 강정마을

"떠나요~ 둘이서~ 제주도 푸른 밤 아래~"

누구나 가보고 싶어하며, 가슴 설레일 만큼 아름다운 제주

"그 중에서 이곳 강정마을은 더욱 아름다워요."

길이 1.2km, 너비 150m에 달하는 통바위인 구럼비 바위가 있고, 대규모 역사 유물과 멸종 위기종인 붉은발말똥게, 맹꽁이가 살만큼 깨끗하고, 바다에서는 돌고래가 자맥질하며 뛰놀고 연산호 군락이 비단처럼 펼쳐진 곳.

"이곳이 바로 강정마을이예요. 제주 올레 중 경치가 가장 아름다운 곳이랍니다."

그래서 정부는 이곳을 자연 그대로 보호하기 위해 유네스코 지정 생물권 보전지역, 개발이 금지된 절대보전지역이자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지정했습니다.

그런데 2007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어요.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건설한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 경과

"굳이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지으려는 이유는?"

"남쪽의 해상교통로와 풍부한 에너지자원을 보호하려면 해군기지가 필요하거든."

그러나 해군은 이미 화순항, 위미 지역에 해군기지를 지으려다 지역 주민의 완강한 반대로 무산되자

"원래 후보지도 아닌 강정에 해군기지를 건설하겠다는 거야."

"하지만 강정마을 주민이 원해서 그런 것이거든."

"떽! 어디서 거짓말을! 해군기지가 들어온다는 걸 뉴스 보고 알았다구요."

나중에 알고보니 강정마을 1900명 중에서 고작 80명이 모여 박수로 해군기지 유치를 결정했대요.

마을 주민에게 설명회나 어떤 정보 공개도 없었죠.

유치 신청부터 결정까지 채 한 달도 안 될만큼 전광석화처럼 일을 치뤄버린겁니다.

강정 주민들은 2007년 8월 20일 정식으로 주민투표를 실시했는데, 마을 주민 725명 중 94%인 680명이 해군기지 유치를 반대했습니다.

게다가 우리나라 국회와 생명과 평화를 지키려는 국내외 인사, 천주교를 비롯한 종교인은 물론 제주도민들도 반대하는데도 해군은 막무가내로 2010년 12월부터 공사를 강행했습니다.

"해군기지 건설 부지 강제 수용!"

"우리가 겪었던 시련과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어, 구럼비 바위를 깨는 폭발음이 들릴 때마다 내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것 같아요."

주민 200여 명은 업무방해로 고소당해 3억 원 가량의 벌금이 나왔고, 잡혀가거나 맞은 사람은 한둘이 아닙니다.

게다가 마을 회장 등 몇 사람은 감옥에 갇히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죄라면 여기서 살아온 죄, 아름다운 마을을 지키고 평화를 지키려는 것밖에 없습니다. 이게 죄가 됩니까?"

게다가 주민들의 정신 건강도 매우 안 좋습니다.

2009년 주민 정신 건강을 조사해보니 적대감과 우울증, 심리 불안 상태가 두드러지고, 심지어 자살 충동을 느끼는 사람이 주민의 43.9%가 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입니다.

"마을 공동체도 풍비박산이 나 버렸어요."

찬반 입장에 따라 부모와 자식이, 형제, 친구가 원수처럼 등 돌리고 삽니다.
"국민을 보살펴야 할 국가가 이래도 되는 겁니까? 네?"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일이죠.

해군기지 반대는 평화를 지키는 일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것은 평화를 지키는 일입니다. 양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일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 강우일 주교

해군은 제주에 해군기지를 건설하여 남방해역 해상 교통로와 풍부한 해저자원을 확보하고, 중국과 일본의 해상 봉쇄에 대비한다는 겁니다.

그러나 정작 군사적 긴장이 팽배한 군사분계선과 멀리 떨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해적으로부터 우리 상선을 보호한다지만 동아시아 해적 숫자가 많지 않고, 아프리카와 달라서 함부로 군사력을 투입했다가 심각한 외교 문제를 낳을 수 있지요."

미국은 전세계 해군력의 60% 정도를 아태지역에 집중하고 있는데, 제주도 서남방 해양에서 항공모함, 핵잠수함, 이지스함을 동원하여 중국을 바다로부터 봉쇄하고 MD 시스템을 운용하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일본의 오키나와는 3천 톤 이상의 선박을 접안할 수 없습니다.

반면에 제주 해군기지는 이지스함 등 대형 함정 20척, 15만 톤급의 크루즈 2척이 동시 계류가 가능한 대규모 기지로 건설됩니다.

해저자원을 확보한다는 것도 외교 역량에 달린 것이지, 해군기지가 그걸 보장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날아가는 갈매기도 웃을 일이죠.

결국 제주 해군기지는 실익도 없이 군사적 긴장만 유발할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군기지를 고집하는 것은 미군의 해군 전략 때문입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군사시설을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해국기지가 완성되면 미군의 기동전단이 사용하는 기항지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제주 해군기지가 미군을 위한 것이라는 증언과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만약 앞으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격화되면, 제주 해군기지는 필연적으로 중국과 군사적 갈등에 휘말리게 됩니다.

결국 제주 해군기지가 건설되면 평화의 섬 제주가 오히려 전쟁의 위험에 내몰리는 결과만 불러올 뿐입니다.

평화의 섬을 평화롭게 하라

제주는 1948년 4.3사건을 통해 무려 3만 명이 학살된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2003년 대한민국 정부는 제주도민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제주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제주를 '평화의 섬'이라 명명하였습니다.

대립과 갈등, 군비 경쟁은 평화를 보장해주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제주에 해군기지를 짓는 것은 '평화'를 위협하고 인류의 진보에 역행하는 짓입니다.

"늦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법이죠."

해적이란 비웃음을 털어버리고 진정으로 신뢰받는 해군이 되는 길은 해군기지 건설을 철회하는 것 뿐입니다.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 세계 자연유산 등재, 세계 지질공원으로 인증된 제주의 이미지와도 전혀 맞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지금 당장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포기해야 합니다.

2011년 12월 말 국회에서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필요한 1327억 원 중 설계비 38억 원, 보상비 11억 원을 제외하고 1278억 원을 삭감했습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당장 중지하라는 말이지요.

하지만 해군은 아직도 공사를 강행하고 있으니 한심한 일입니다.

강정마을 주민들의 생명과도 같은 구럼비를 더 이상 폭파해서는 안되며 수만 년을 이어온 천혜의 자연 경관을 해쳐서는 안됩니다.

사람들이 절박하게 외치는 '평화'의 목소리에 화답해야 합니다.

'풍성한 바다로 저희를 축복해 주신 하느님

찬미받으소서

아름다운 오름과 들과 숲으로 제주를 빚어주신 하느님

찬미받으소서

모진 바람과 파도와 역사의 아픔을 겪고도 좌절하지 않고

인고의 삶을 이어오도록

저희 조상들을 다시 일으켜 세우시고 지켜주신 하느님

찬미받으소서

제주가 지난 세월의 고통을 딛고 일어나

참되 평화의 섬이 되어주게 하소서

이제 참된 평화를 이루기 위하여

저희가 물질적인 탐욕으로부터 자유롭게 하여 주소서

눈 앞의 이익을 추구하며 개발의 포로가 되어

주님께서 은혜로이 내려주신 자연을

무분별하게 파괴하고 훼손하는 우를 범하지 않게 하소서

인간들이 의지하는 군사력이 결코 이 땅의 평화를

지켜주는 보증이 될 수 없음을 깨닫게하여 주소서

'칼을 잡는 자는 모두 칼로 망한다'는 주님의 말씀을 깨닫고

인간들이 만든 무기와 힘에 의지하기보다

주님의 자비와 권능에 의지하게 하여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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