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

샌. 2012. 2. 29. 09:55

오래전 교회 다닐 때 외웠던 성경 구절 중에서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고 중얼거리게 되는 게 몇 있다. 그중의 하나가 로마서에 나오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이다. 요사이는 가톨릭에서 사용하는 새번역 성경을 보지만 어떤 때는 개신교에서 쓰는 고어체의 옛 성경 문장이 더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가라사대' '~느니라' 등에는 향수 같은 게 배어 있다. 가톨릭 성경에는 이 문장이 '모든 것이 함께 작용하여 선을 이룬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로 되어 있다.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나에게는 어렵고 힘들때이 구절이 부지불식간에 떠오른다. 그때에 나를 위로하는 말씀이다. 바울이 쓴 이 문장을 통해 믿는 사람의 하늘에 대한 절대 신뢰를 읽는다. 그리고 이것이 신앙의 핵심이 아닌가 생각된다. 신앙인이 늘 기쁘고 감사할 수 있는 것은 이런 믿음 때문이 아닌가 여겨진다. 신앙인은 자신에게일어나는 모든 일에 신의 섭리를 느끼며 감사한다. 기쁘고 즐거운 일만이 아니라 슬프고 억울하고 고통스러운 일에서도 마찬가지다.

천지자연의 도(道)에 대한 절대 신뢰는 <장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대종사' 편에 나오는 얘기다. 자여(子與)는 병이 들어 몸이 기형으로 변했다. 곱사등이 나오고, 오장이 위에 붙었고, 턱은 배꼽에 숨었고, 어깨는 머리보다 높았다. 문병을 온 친구에게 자여는 이렇게 찬탄한다. "위대하구나! 조물주는![偉哉 夫造物者]". 그런 상황에서도 자여는 마음이 한가로워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내 어깨가 닭이 된다면 나는 때를 맞추어 새벽을 알려주겠네. 내 팔뚝이 화살이 된다면 나는 부엉이 구이를 맛볼 수 있겠군. 내 꼬리뼈가 바퀴가된다면 나는 이것을 탈 것이니...."

보통 사람은 그저 눈에 보이는 현상에 일희일비한다. 대개는 지나고 나서야 그 사건에 내재되었던 의미를 깨닫는다. 고통과 시련이 나에게 왜 일어나는지 당시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신앙인에게 모든 일은 선(善)으로 나아가기 위해 하느님이 준비하신 선물이다. 어쩌면 하늘은 고난을 통해 보화를 준비하고 계신지도 모른다. 인생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 자체가 아름다운 것이다. 그것이 <장자>의 자여처럼 일견 인생의 무자비한 폭력으로 보이는 것에도 의연할 수 있는 바탕이 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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