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소음 수행

샌. 2012. 1. 29. 08:41

'소음 수행'이라 부르기로 한다. 아파트 이웃을 잘 만난 덕분이다. 층간소음을 경험한 사람은 그 괴로움이 얼마나 큰지 알 것이다. 뾰족한 해결 방안도 없이 그저 견뎌내야 한다.

소음을 이젠 마음 다스리는 기회로 삼기로 한다. 수행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어떤 사람은 죽음을 명상하려고공동묘지를 찾기도 한다. 극한 환경을 일부러 찾아 나선다.층간소음도 마찬가지로 생각한다. 어떤 소음이나 방해에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훈련의 기회이다. 선원이나 수도원에서만 수행하는 게 아니다. 생활의 모든 장소가 수행 도량이다.

화가 나면 하던 일을 멈추고 가만히 내 마음을 살핀다. 소음 방향으로 쏠리는 마음을 피해 호흡에 집중한다. 상황을 바꿀 수 없다면 내 마음을 바꾸는 방법밖에는 없다. 원망과 짜증을 부려봐야스트레스를 받는 나만 손해다.

윗집을 보면 아이를 데리고 사는 게 무척 분주하다. 아이들은 가만있지 못하고 뛰어다니고, 울고, 소리치고 한다. 아이를 키우는 게 얼마나 힘들까 싶다. 윗집의 생활 리듬은 참 묘하다. 오전까지는 조용한데,심할 때는 밤 열한 시부터 새벽 두세 시 사이다. 완전히 야행성 가족이다.

아파트에서는 층간소음으로 이웃간에 갈등이 많다. 내가 당해보니 소음 자체보다도 모르는 사람에게서 이유 없이 내 생활을 방해받고 있다는 데서 화가 난다. 만약 위층이 아는 사람이거나 내 자식이라면 어떻게 받아들일까. 건강하게 잘 뛰어노는 모습에 흐뭇해할지 모른다.

소음을 내 마음의 수양 상대로 삼기로 한다. 소음에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마음 다스리기 공부 기회다. 중학생 때는 목공소 집에 세 들어 살면서도 아무 지장 없이 공부했는데 나이가 들수록 성격이 까탈스러워지는 것 같다.손님 소음이 내 성질을 죽이는 좋은 방편이 된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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