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Live Light, Eat Right

샌. 2012. 1. 17. 08:41

"Live Light, Eat Right." 어느 분이 소개해 준 이 말을 올 한 해 나의 화두로 삼기로 한다. "가볍게 살고, 바르게 먹자."

둘 중에서 '바르게 먹기'에 대해 생각해 본다. 최근에 현대식 양계 공장에서 닭을 키우는 얘기를 들었다.

'대형 양계 공장에서는 닭들이 좁은 곳에서 옴짝달싹 못한 채 살기 위해 오로지 먹는 일만 되풀이한다. 모든 본능이 차단당하자 심한 스트레스로 닭들은 서로 부리로 쪼며 공격한다. 공장에서는 상품 가치 보호 차원에서 닭들의 부리를 미리 자른다. 그리고 닭들은 성장 속도를 높이기 위해 성장촉진제와 항생제가 다량 투여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한 달 남짓이면 육계가 되어 고스란히 우리 식탁으로 올라와 우리 몸의 일부가 된다. 대형 농장에서 키워지는 닭의 운명은 태생부터 슬프다 못해 끔찍하다. 병아리의 암수 비율은 보통 6대4 정도인데 수평아리는 성장이 늦다는 이류로 태어나자마자 성감별을 해 분쇄기에 넣어 죽여 버린다.

알에서 태어난 지 16주가 된 암탉들을 집어넣고 조명을 어둡게 한다. 그런 다음 처음엔 굶어 죽지 않을 정도로만 저단백질의 사료를 소량 먹인다. 2주 후부터는 산란을 유도하기 위해 거의 온종일 불을 켜준다. 사료는 고단백질로 준다. 닭은 봄이 오고 아침이 온 줄 알고 곧장 알을 낳기 시작한다. 조작된 계절 속에서 닭장 속의 닭들은 1년에 알 300개가량을 낳는데, 이는 자연 상태에서보다 2~3배 많은 양이다.

이런 모습이 바로 현대식 양계의 실상이고, 처참한 공장식 축산시스템의 본보기다. 물론 소 키우는 축사나 양돈장도 양계장과 별로 다르지 않다. 철저히 자연의 섭리를 거역하는 방식이다. 자연의 섭리를 따른다는 것은 원래 존재하는 것을 그대로 두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취하는 많은 먹을거리가 자연 상태를 가만 내버려두지 않고 인위적 조작의 결과로 얻어진 것들이다.'

현대 문명의 퇴폐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게 공장식 축산이다. 현대식 축산업은 생명을 생명이 아니라 물건과 공산품 취급을 한다. 이익을 위해서는 못 하는 일이 없다. 말 못하는 짐승이라고 울화도 없을까. 스트레스에 찌든 고기를 먹는 인간이 정신적으로 병들지 않는다는 게 도리어 이상하다. 아이들의 심성이 황폐화진 것은 심각하게 병든 먹을거리와 연관이 있다고 충분히 믿을 만하다.

지금 읽고 있는 조정래의 <허수아비춤>에도 이런 구절이 나온다.

'선진국에서는 소와 돼지를 도살할 때 그 1분 전, 아니 1초 전까지 그것들이 죽을 기미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게 한다. 긴 컨베이어 벨트를 태워 이동시키는 동안 양쪽에서는 따스한 물이 뿜어져 나와 자동 샤워가 되고, 어디선가는 감미로운 음악까지 흘러나온다. 시원하게 샤워를 즐기며 음악에 취해 있다가 어느 순간 덜컹하면서 소와 돼지들은 목이 잘리는 것이다. 그들은 질 높은 문명을 누리는 사람들이라 소와 돼지에게까지 그렇게 인간성 좋은 자비를 베푸는 것일까. 전혀 그게 아니다. 그들은 소와 돼지들을 위해서 그러는 게 아니라 순전히 자기네들 건강을 위해서 그런 번잡스러운 일을 한다. 그 짐승들이 전혀 죽음의 공포를 느끼지 않게 해서 스트레스 없게 도살하기 위함이다. 왜냐하면 스트레스 중에 제일 악성 스트레스가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며 받는 스트레스고, 그런 고통을 당하고 죽은 가축의 고기는 사람에게 여러 가지 피해를 입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혈관 매듭매듭이 맺히고, 근육 부분부분이 경직된 그 고기들은 사람의 몸속에 들어와 보신이 되기는커녕 각종 암을 일으키는 암 덩어리일지도 모른다.'

먹는 게 바로 그 사람이다. 우선 나부터 바른 먹을거리에 신경을 써야겠다. 제일 큰 문제는 육식에 있다. 우선 할 수 있는 일은 육류 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그것이 나를 위하고 세상을 바꾸는 첫걸음이 된다. 다음으로는 멀리 바다 건너에서 온 식품보다는 신토불이(身土不二)를 실천한다. 그리고 소식(小食)이다. '바르게 먹기'는 습관을 바꾸는 실천적인 문제다.

가장 좋은 건 작은 텃밭이라도 가꾸어 채소는 스스로 재배하여 먹는 것이다. 올해는 고향에서 농사짓는 어머니의 밭일을 도우며 작은 땀이라도 흘려야겠다. 먹을거리가 건강하지 않고서는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없다. 이것이 삶의 기본이다.

"Live Light, Eat Right."는 기본에 충실한 삶을 사는 것이다. 삶의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인생은 기본대로 살아내기가 가장 어렵다. 나 역시 흉내만 내다가 말지 모른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관성을 하루아침에 바꾸기 힘들다는 걸 잘 안다. 그래도 바람과 염원만은 잃고 싶지 않다. "가볍게 살고, 바르게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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