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겨울 동해안 여행(3)

샌. 2012. 2. 11. 14:04

영덕에서두 시간 넘게 달려 정동진에 닿았다. 옛날과 달리 길은 4차선으로 넓게 만들어져 있었다. 아주 오래 전에 이 길을 갈 때는 해안을 따라 가는 2차선 도로였다. 빨리 편하게 이동하긴 하지만 옛길의 낭만은 사라졌다. 불편했던 그 시절이 그리워지는 건 단지 나이가 들어서만은 아닐 것이다.

 



정동진에서는 어디서나 보이는 산 위에 있는 큰 배(썬크루즈 리조트)를 찾아갔다. 평일이라서 일박에 7만 원으로 들 수 있었다. 위치가 높아서 전망이 환해 정동진이 한 눈에 내려다 보였다.

 


 

다음 날, 9층 전망대에 나가서 일출을 보았다. 구름 사이로 해가 살포시 얼굴을 보였다가 사라졌다. 다행히 날씨는 많이 풀어졌다. 늦게까지 침대에서 빈둥거리다 나왔다. 불면증이 있는 아내는 잠자리가 바뀐 탓인지 이틀 연속 숙면을 취하지 못했다. 수면제마저도 잘 듣지 않았다.

 

정동진의 한 식당에서 아침으로 곰치국을 시켰는데 최악이었다. 김치에 곰치 몇 조각을 넣고 끓여서 3만 원을 받았는데 그냥 김칫국 수준이었다. 아무리 관광지라지만 너무 어이가 없어 실소가 나왔다. 묵호항인가에서 먹었던 곰치 전문집에서의 맛을 잊지 못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정동진 해변을 짧게 산책했다.

 

옛 영동고속도로를 따라 올라 대관령휴게소에 갔다. 거기서 선자령 가는 길을 조금이나마 걸어볼까 했는데 차에서 내리자말자 포기해야 했다. 밑에서는 잔잔했던 날씨가 춥고 바람이 센 게 장난이 아니었다. 대신 대관령 양떼목장을 찾았다.

 



눈 덮인 산책로를 걸었다.아이젠이 없는 사람은 위험하니 들어가지 말라는 경고문이 있었지만 무시했다. 다행히 쉬이 밟을 수 있게 구멍을 파놓아 크게 지장은 없엇다. 매서운 칼바람 속에서 제대로 된 겨울 풍경을 감상했다. 역시 눈은 나이 불문하고 사람을 동심으로 돌아가게 하는 마력을 가졌다.

 


아내는 양에게 풀을 주며 즐거워했다. 이놈들은 보통 먹보들이 아니었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다 똑같은 양들인데 관리인에게는 하나하나 구별되는 것 같았다. 그분이 이름을 부르니 무리 중에서 하나가 나와 건초를 받아 먹는 게 신기했다.

 


횡계로 나와 도암식당에서 오삼불고기로 점심을 했다. 배가 부른 상태였지만 맛집답게 사람도 많고 맛이 있었다. 이번 여행은 어쩐지 음식 기행이 된 것 같다.

 

고속도로를 달려 집에 돌아오니 저녁이 되었다. 사흘간 바깥바람을 잘 쐬었다. 경비는 45만 원이 들었는데 숙박비, 음식비, 교통비가 서로 비슷하게 나왔다. 이 정도의 여행이라면 가끔은 해볼 만하다. 다만 앞으로는 길게 돌아다니기보다는 한 군데에 숙소를 정하고 가까운 곳을 찾아가는 여행이낫겠다 싶다. 쉬는 것과 걷는 게 중심이 되는 여행을 하고 싶다. 오래 운전하고 먼 거리를 다니는 건 이젠 피곤하다. 아내가 더 피로감을 말한다. 사실 이 정도로 다닐 수 있게 된 것도 아내의 몸이 많이 좋아진 탓이다. 이번 나들이는 좀 무리를 했지만 일상의 답답함을 날려버린 상쾌한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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