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새해를 향하여 / 임영조

샌. 2012. 1. 1. 12:45

다시 받는다

서설처럼 차고 빛부신

희망의 백지 한 장

누구나 공평하게 새로 받는다

이 순백의 반듯한 여백 위에

무엇이든 시작하면 잘될 것 같아

가슴 설레는 시험지 한 장

절대로 여벌은 없다

나는 또 무엇부터 적을까?

소학교 운동회날 억지로

스타트 라인에 선 아이처럼

도무지 난감하고 두렵다

이번만은 기필코.....

인생에 대하여

행복에 대하여

건강에 대하여

몇번씩 고쳐 쓰는 답안지

그러나 정답은 없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재수인가? 삼수인가?

아니면 영원한 未知修인가?

문득 내 나이가 무겁다

창문 밖 늙은 감나무 위엔

새 조끼를 입고 온 까치 한 쌍

까작까작 안부를 묻는다, 내내

소식 없던 친구의 연하장처럼

근하 신년! 해피 뉴 이어!

 

     - 새해를 향하여 / 임영조

 

나이 예순으로 맞는 새해는 무겁다. 하얀 백지로 받은 시험지 한 장이 더는 설레지 않는다. 아무리 애써도 결국은 지저분한 낙서로 가득 찰 뿐이라는 걸 쉰 번이 넘는 시행착오로 깨닫게 된 걸까. 새로이 선물로 주어진 365일, 도무지 난감하고 두렵다. 소학교 운동회날 억지로 스타트 라인에 선 아이처럼. 그래도 휴대폰으로 들어오는 벗들의 축하 인사로 간신히 새해는 새해다. 근하신년! 해피 뉴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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