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화살과 노래 / 롱펠로우

샌. 2005. 5. 7. 10:10

하늘을 향해 나는 화살을 쏘았네

화살은 땅에 떨어졌으나 간 곳을 몰랐네

너무도 빨리 날아가 버려

눈으로도 그 화살을 따를 수 없었네

 

하늘을 향해 나는 노래를 불렀네

노래는 땅에 떨어졌으나 간 곳을 몰랐네

눈이 제 아무리 예리하고 빠르다한들

날아가는 노래를 누가 볼 수 있으랴

 

오랜 세월이 흐른 후 한 느티나무에

부러지지 않고 박혀있는 화살을 나는 보았네

그리고 노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한 친구의 가슴 속에 살아있는 것을 나는 알았네

 

- 화살과 노래 / 롱펠로우

 

I shot an arrow into the air;

It fell to earth, I knew not where;

For, so swiftly it flew, the sight

Could not follow it in its flight.


I breathed a song into the air;

It fell to earth, I knew not where;

For, who has sight so keen and strong

That it can follow the flight of song?


Long, long afrerward, in an oak

I found the arrow, still unbroke;

And the song, from beginning to end,

I found again in the heart of a freind.

 

- The Arrow and the Song / H. W. Longfellow

 

내가 짓는 생각과 말과 행위는 날아가며 파문을 일으킨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날카로운 화살이 되고, 상대방 가슴을 움직이는 노래가 되기도 한다.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도 화살은 그 자리에 꽂혀 있고, 남아있는 노래 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들려온다.

 

되돌아보면 나는 노래를 부르기 보다는 화살 날리기를 좋아하는 전사로 살았다.

특히 약자와 여린 생명들에게 더 심했다.그들을 향해서 무의식적으로 쏜 화살을 볼 수 있다면 나는 그들 앞에 무릎 꿇고 통회의 눈물을 흘려야 할 것이다. 보이지 않으니 이렇게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는지 모른다.

 

말 못하는 생명들이 인간의 횡포 앞에서 당하는 고통의 소리도 우리는 들을 수 없다.

어느 예민한 분은 숲이 훼손되는 현장에서 나무들의 울부짖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우리가 잃어버린 감성을 회복한다면 우리는 훨씬 더 조심스러워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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