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걸어 보지 못한 길 / 프로스트

샌. 2004. 7. 13. 17:14

단풍 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더군요.

몸이 하나니 두 길을 다 가 볼 수는 없어

나는 서운한 마음으로 한참 서서

잣나무 숲 속으로 접어든 한쪽 길을

끝간 데까지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다가 또 하나의 길을 택했습니다. 먼저 길과 똑같이 아름답고,

아마 더 나은 듯도 했지요.

풀이 더 무성하고 사람을 부르는 듯했으니까요.

사람이 밟은 흔적은

먼저 길과 비슷하기는 했지만,

 

서리 내린 낙엽 위에는 아무 발자국도 없고

두 길은 그날 아침 똑같이 놓여 있었습니다.

아, 먼저 길은 한번 가면 어떤지 알고 있으니

다시 보기 어려우리라 여기면서도.

 

오랜 세월이 흐른 다음

나는 한숨 지으며 이야기하겠지요.

"두 갈래 길이 숲 속으로 나 있었다, 그래서 나는 -

사람이 덜 밟은 길을 택했고,

그것이 내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라고.

 

< 걸어 보지 못한 길 / 프로스트 >

 

Two roads diverged in a yellow wood,

And sorry I could not travel both

And be one traveller, long I stood

And looked down one as far as I could

To Where it bent in the undergrouth;

 

Then took the other, as just as fair,

And having perhaps the better claim,

Because it was grassy and wanted wear;

Though as for that the passing there

Had worn them really about the same,

 

And both that morning eqully lay

In leaves no step had trodden black.

Oh, I kept the first for another day!

Yet knowing how way leads on to way,

I doubted if I should ever come back.

 

I shall be telling this with a sigh

Somewhere ages and ages hence;

Two roads diverged in a wood, and I ……

I took the one less travelled by,

And that has made all the difference.

 

< The Road Not Taken / Robert Frost >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그런데 늘최고의 선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당시에는 최선의 선택이었을지라도 지나고 보면 아쉬움과 미련이 남는 것이 인생인가 보다.

이 시의 제목이 '걸어 보지 못한 길'이고, 마지막 연에서 '한숨 지으며 이야기한다'는 말에서 보듯 인생의 어느 단계에서 뒤를 돌아본다면 다른 걸어 보지 못한 길에 대한 동경과 그리움은 누구에게나있을 것이다.

그건 어떤 길을 선택해도 마찬가지이리라. 어차피 인생이란 시련과 좌절, 꿈과 고뇌로 얽혀있음에 틀림없으니까.

그래서 인생이란 어떤 길을 가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충실하게 자신이 선택한 길을 걸어가느냐가 중요한 이유일지 모른다. 그것은 아쉬움과 미련에 대한 적극적 긍정의 태도이다.

또한 선택의 문제에 있어서도 결국은 그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운명론적인 당위성에 고개를 끄덕이게 될 수도 있다.

내 의지의 결정으로 보이지만 실제는 불가해한 인연이 그 길로 인도하였음을 가슴으로 느끼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여기서 한숨이란 비탄의 한숨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유한성과 운명에 대한 겸허한 수용의 대답으로 들리게 된다.

이런 관조적 분위기가 이 시를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시로 읽히게 하지 않나 싶다.

장마비가 오락가락하는 오늘, 이 시를 읽으면서 회색빛 하늘마저 긍정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해 달라고 기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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