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천년의 바람 / 박재삼

샌. 2004. 6. 3. 13:13


천년 전에 하던 장난을

바람은 아직도 하고 있다.

소나무 가지에 쉴새 없이 와서는

간지러움을 주고 있는 걸 보아라.

아, 보아라 보아라

아직도 천 년전의 되풀이다.


그러므로 지치지 말 일이다.

사람아 사람아

이상한 것에까지 눈을 돌리고

탐을 내는 사람아.

 

< 천년의 바람 / 박재삼 >


나무를 좋아하는 한 친구가 식물의 특징으로 단순함을 들면서 그 단순함이 자신을 편안하게 해준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세상이 복잡해질 수록 우리는 단순함에서 구원의 빛을 본다.

천년 전의 바람은 지금도 똑 같이 불지만 지리하지 않고 늘 새롭다.

무위(無爲)란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아무 것도 이루려는 마음이 없지만 모든 것을 다 이룬다.

길을 가다가 바람을 만나면, 그저 말없이 생각없이 맞기만 할 일이다.

쓸데없는 내 마음속을 지나가며 간지리고 장난치게 내버려 둘 일이다.

순간적이고 사소한 것들에 마음을 앗기고 안달하는 나를 잠재우길 기다릴 일이다.

그렇게 천년을 기다리면 나도 바람이 될 수 있을지.....

복잡하고 어지러운 내 마음에도 천년의 바람 소리 들릴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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