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飮酒16 / 陶淵明

샌. 2003. 9. 28. 08:26

少年罕人事    어려서부터 세상과 어울리지 못하고
遊好在六經  육경을 읽으며 친구를 삼았더니
行行向不惑  세월 흘러 나이 사십 바라보니
淹留遂無成  내가 이룬 일이 없구나
竟抱固窮節  비굴하지 않은 굳은 절개만을 품은 채
飢寒飽所更  추위와 굶주림만 지겹도록 겪었구나
弊廬交悲風  초라한 오두막엔 차가운 바람만 드나들고
荒草沒前庭  잡초는 집 주변을 황폐하게 만들었구나
披褐守長夜   낡은 옷 걸치고 지새우는 긴긴 밤
晨鷄不肯鳴  닭마저 새벽을 알리지 않는다
孟公不在玆   선비를 알아주는 맹공도 없으니

終以예吾情  끝내 내 가슴이 답답하구나

 

도연명 스스로가 선택한 가난과 빈한이었지만 그의 전원 생활은 고달픈 나날이었음이 분명해 보인다.
낭만적 가난이 가능할까?
`安貧`도 역시 가능할까?
먹을 양식도 떨어지고, 입을 옷조차 헤어져 찬 바람이 몸을 파고드는데도 정신적 자유와 평화를 누리는 것이 가능할까?
그는 부인과 자식들을 부양해야 하는 가장이었다. 무소유를 실천하는 홀몸의 수행자들과는 또 다른 처지였을 것이다.
그의 시에서는 이런 고통과 슬픔과 외로움이 짙게 배어있다. 그래서 그의 시는 더욱 인간적이고, 담백한 문체는 고난을 통해 승화된 높은 정신 세계를 잘 나타내주고 있다.
사랑방의 따뜻한 아랫묵에 앉아서 음풍농월하는 유약한 선비가 아니라 인생의 문제에 정면으로 도전한용기있는 인간이었음에 그를 좋아한다.
이 시에 보이는 `固窮節`이라는 말은 가난을 친구로 삼고, 이상을 애써 지켜 나가는 그의 고집과 지조를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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