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중국 여행 - 곡부

샌. 2012. 8. 3. 10:35

 

 

인류의 스승, 공자의 고향인 곡부(曲阜)를 찾아가는 날이다. 연태에서부터 고속도로를 7시간 넘게 달려야 닿는 먼 거리다. 아침 5시에 숙소를 나섰다. 버스를 교체하는 소동을 겪으며 오후 2시가 되어서야 곡부에 도착했다. 중국의 여름 날씨는 무척 뜨거웠다.

 

인구 10만 정도의 소도시인 곡부에는 세 개의 대표적인 공자 유적지가 있다. 삼공(三孔)이라 부르는 공묘(孔廟), 공부(孔府), 공림(孔林)이다. 공묘는 공자를 기리는 사당이고, 공부는 공자의 후손들이 살던 지역, 공림은 공자 묘가 있는 숲이다. 삼공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다. 셋을 거의 달리기 하듯 훑어보는데 세 시간 가까이 걸렸다.

 

 

삼공 인근의 거리 모습. 곡부 전체가 온통 이런 기념품 가게들이다. 곡부는 공자로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옛날 노나라의 도성이었던 곡부성. 노 애공에 의해 건축되었다고 하는데, 지금 보는 건 대부분 청대에 세운 것이라 한다. 춘추전국시대에 노나라의 수도가 곡부였다. 산동성 자동차 번호판에는 '魯'가 새겨져 있다.

 

 

공묘 안에 공자가 제자를 가르쳤던 행단(杏壇)이 있다. 행단은 은행나무(?) 아래의 야외 강단이었을 것이다. 자신의 꿈이 꺾이고 고향으로 돌아온 일흔 살의 공자는 이곳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며 말년을 보냈다. 2,500년 전의 옛 흔적을 찾으려는 것은 무리겠지, 지금 이곳은 화려하고 우람한 건물들로 가득차 있다.

 

 

 

공묘에는 오래된 측백나무와 향나무가 많다. 적어도 여기에서는 행단의 '행(杏)'이 은행나무나 살구나무는 아니다. 오래된 측백나무가 볼 만했다.

 

 

 

공묘에 인접해 공부가 있다. 유교가 중국의 통치 이념이 되면서 공자 후손들은 나라로부터 특별 대우를 받았다. 그들은 따로 한 마을을 이루고 귀족 대우를 받으며 살았다. 공부는 그들의 관저와 사저로 사용된 장소다. 그들이 썼던 옛 우물도 남아 있다.

 

 

공부의 한 건물 벽에 그려져 있던 그림. 이 용의 이름이 '탐(貪)'이라고 한다. 온 몸에 여러가지를 움켜쥐고 있다. 공자 후손들은 이 그림을 보며 탐욕의 경계로 삼았다고 전한다.

 

 

공림은 공자의 묘가 있는 곳이다. 공자 후손들의 묘 수천 기도 산재해 있다. 공림은 공부에서 좀 떨어져 있어 전동차를 타고 입구까지 갔다. 여기서부터도 한참을 걸어 들어가야 한다. 가만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더운 날씨였다.

 

 

 

삼공에서는 깨진 비석들이 자주 보였다. 문화대혁명 때 홍위병에 의해 파괴된 것을 보수한 것이다. 정치에 의해 곡해되고 이용 당하는 건 사상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지금 중국은 다시 공자를 부활시키고 있다. 그들에게 필요한 무엇이 있을 것이다.

 

 

공림으로 가는 길 맨끝에 공자묘가 있다. 두 중국 여인이 정성스레 절을 드린다. 그런데 풀이 우거지고 나무가 자라고 있는 봉분이 특이하다. 자연스럽게 두는 모습이 오히려 좋게 보였다. 비석에는 '대성지성문선왕묘(大成至聖文宣王墓)'라 적혀 있다.

 

 

삼공을 둘러본 뒤 귀국해서는 논어를 읽어봐야겠다고 말하는 동료가 있었다. 본원지인 중국보다는 도리어 우리나라에서 유교의 전통이 살아 있다. 공자는 이천년이 넘게 인류의 정신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성인이시다. 공자의 묘 앞에 서니 더욱 고개가 숙여졌다.

 

 

돌아나오는 길에 시원한 소나기를 만났다. 땅의 열기가 사라지고 공기가 서늘해졌다.

 

밖으로 나오니 시끌벅적한 곡부의 거리와 다시 마주했다. 가게에는 온갖 싸구려 상품들이 즐비했다. 공자 이름을 딴 술과 과자도 수두룩했다. 공자의 고향은 꼭 찾아보고 싶었지만 솔직히 이런 모습은 아니었다. 상품화된 공자를 보는 건 괴롭다. 그러나 누구를 탓할 마음은 없다. 어디나 다 마찬가지인 세상이다. 공자 고향인 곡부도 예외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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