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위로

샌. 2012. 10. 13. 11:27

어른을 위한 가슴 따스한 동화다. 이철환 님이 글을 쓰고 그림도 직접 그렸다. 파란나비 피터는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져 있던 붉은꽃을 따먹은 후 원했던 반쪽붉은나비가 된다. 그러나 원하는 것을 얻었지만 친구들은 떠나가고 피터는 혼자가 된다. 외톨이가 된 피터는 숲의 이웃들을 만나면서 그들을 통해 위로를 받고 인생의 지혜를 얻는다. 인간과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이 느껴진다. 아파본 사람만이 이런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위로>에는 가슴에 새겨두고 싶은 주옥같은 글이 많다. 힘들고 어려울 때 언제라도 꺼내어 위로를 받고, 용기를 얻고 싶은 것들이다. 잔잔한 여운이 남는 책이다.

 

 

나무의 말

 

높은 곳보다 낮은 곳에서 더 많은 걸 볼 수 있을지도 몰라. 네가 진정으로 높이를 갖고 싶다면 깊이에 대해 먼저 고민해야 돼. 깊이를 가지면 높이는 저절로 만들어지는 거니까. 하늘로 행군하기 위해서 나무들은 맨손 맨발로 어두운 땅속을 뚫어야 하거든. 깊이가 없는 높이는 높이가 아니야. 깊이가 없는 높이는 바람에 금세 쓰러지니까.

 

깊이를 갖고 싶다면 높이에 집착하지 말고 지금 해야 할 일을 하며 묵묵히 걸어가면 돼. 깊이를 갖는다는 건 자신의 가능성을 긍정하며 어둠의 시간을 견디겠다는 뜻이니까..... 나도 확신할 순 없지만 실패와 치욕을 통해 우리는 깊이를 배우는 것인지도 몰라.....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 건 '비교'야. 나를 다른 것과 비교하면서 우리는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생각하거든..... 네가 무엇을 하든, 네 모습이 어떻든, 너를 다른 것들과 비교하지 마. 네가 아름다운 날개를 갖는다 해도, 너는 더 아름다운 날개를 갈망하게 될 거야. 비교는 아래쪽을 바라보지 않고 항상 위쪽만 바라보려고 하니까..... 너의 아픈 그늘이 있다면, 차라리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성장을 향한 첫 걸음을 뗄 수 있을 거야.

 

오리를 닮은 나무의 말

 

부분을 전체라고 믿고 있는 너희들만의 진리가 늘 문제야. 너희들은 진리나 고정관념이라는 성을 쌓고 살아가는데, 그 성은 너무나 견고해 누구도 들어갈 수 없지만, 문제는 그 성 밖으로 너희들도 빠져나올 수 없다는 거야. 너만의 진리나 고정관념을 버리면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을 거야. 네가 꽃을 바라보는 방식으로 꽃이 너를 바라본다고 생각하지 마. 꽃은 꽃의 방식으로 너를 바라볼 뿐이니까.

 

표범나비의 말

 

시냇물이 이끼에게, 너같이 더러운 이끼가 왜 내 안에서 피어났느냐고 물었대. 이끼가 시냇물에게 뭐라고 했는지 알아? 이끼가 시냇물에게 이렇게 말했다는 거야. '시냇물 네가 더러우니까 내가 피어날 수 있었던 거야. 이끼는 더러운 물에서만 살 수 있거든.' 시냇물은 입이 열 개라고 할 말이 없는 거지. 그와 마찬가지야. 더러운 물에서 이끼가 피어나는 것처럼, 우리들도 세상의 모습을 닮아갈 수밖에 없거든. 세상이 가면을 쓰고 있으니까 우리에게도 어쩔 수 없이 가면이 필요한 거야. 가면이 없으면 마음을 감출 곳이 없으니까. 가면이 없으면 우리 안의 짐승을 감출 곳이 없으니까.

 

전갈의 말

 

나의 독은 나의 상징이야. 내게도 상징이 필요했기 때문에 꼬리 끝에 독을 만들어놓은 거라고. 세상으로부터 멸시당하지 않으려면 누구에게나 상징이 필요하거든.

 

사마귀의 말

 

내게 권력을 만들어 준 건 도끼처럼 생긴 내 앞다리가 아냐. 뒤꽁무니에서만 나를 비난하는 너희들의 비겁함이 내게 권력을 만들어준 거라고. 너희들에게 이익이 없다면 너희들은 내게 권력을 만들어주지 않았어. 권력 없는 자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권력을 만들어주고 권력의 지배를 받는 거니까..... 정말로 한심한 것들이지.

 

나비 너희들이 꽃잎에 내려앉을 때도 항상 날개를 접고 내려앉는 건 너희들이 나방과는 다르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거잖아. 나방들은 앉을 때 언제나 날개를 펴고 앉으니까..... 자신이 남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것, 그게 바로 권력이야.

 

분홍나비의 말

 

사랑에 빠졌을 때 우리는 상대방을 사랑하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상대방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있을 때가 많대. 그렇지 않다면 사랑이 그렇게 변덕스러울 리 없잖아.....

 

소통을 하겠다는 것은 내 것의 절반쯤은 상대에게 내어주겠다는 결심 같은 거야. 내 것을 절반을 포기했을 때 소통은 비로소 시작되는 거니까..... 내 것을 포기하지 않고는 상대방을 설득할 수 없거든.....

 

바람은 나무를 흔들기도 하고 때때로 나무를 쓰러뜨리기도 하지만, 나무는 바람이 있어서 자신의 씨앗을 널리 퍼뜨릴 수 있잖아. 그러니까 나무는 바람을 싫어할 수 없는 거지. 바람은 나무에게 슬픔을 주기도 하지만 기쁨을 주기도 하니까 바람과 나무는 소통할 수 있는 거야.

 

파란토끼의 말

 

우리는 기껏해야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것만 이해할 뿐이야. 우리와 생각이 다른 것들은 도무지 이해하려고 하지 않으니까. 판다의 마음속 상처를 알지 못하면서 판다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할 순 없잖아. 세상의 폭력이 판다를 그렇게 만든 거야.

 

판다의 말

 

세상을 너무 쉽게 믿지 마. 누군가에게 너의 비밀을 말하지도 말고. 네가 한 말이나 행동이 너를 쓰러뜨릴 낭떠러지가 될 수도 있으니까..... 달은 달의 뒷면에 무엇이 살고 있는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잖아. 달의 비밀을 아는 순간 모두들 달을 떠난다는 걸 달은 알고 있는 거야. 세상은 너무 변덕스럽거든.....

 

엄마나비의 말

 

친구의 슬픔을 나누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친구의 기쁨을 진심으로 기뻐해주는 것도 어려운 일이란다. 친구가 잘되는 것을 진심으로 기뻐해줄 수 있는 친구는 생각보다 많지 않아.

 

하나님이 만드신 들꽃처럼 살아가거라. 아무곳에나 피어나지만, 아무렇게나 살아가지 않는 들꽃처럼 살아가거라. 흙 한 줌 없고, 물 한 방울 없는 곳에서도 당당히 피어나는 민들레를 바라보며 살아가거라.

 

어둠이 우리를 쓰러뜨리기도 하지만 빛이 우리를 쓰러뜨릴 때도 있단다. 악마는 악마의 모습으로 다가오지 않고 천사의 모습으로 다가오지. 환하게 다가오는 빛이 때로는 우리를 쓰러뜨리는 함정이 될 수 있어.

 

사랑에 빠졌을 때, 사랑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고 모두들 말하지만, 사랑에 빠졌다는 말은 자신이 만든 환상에 빠졌다는 말이기도 해서, 환상이 환멸이 되는 순간 사랑은 지옥이 되기도 하지. 사랑에 대한 환상이 깨지고 더 이상 그가 많이 그립지 않을 때 사랑은 시작될지도 몰라.

 

나를 버리지 않고는 다른 이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단다.

 

우리의 삶은 강물 같은 거야. 강물이 바다로 가는 동안 벼랑을 만나기도 하고, 커다란 바위를 만나기도 하고, 치욕을 만나기도 하고, 더러운 물을 만나기도 하지만, 그러나 바다로 가는 동안 일억 개의 별을 가슴에 담을 수 있어.

 

우리가 별들의 노랫소리를 들을 수 없는 건 우리의 내면이 소란스럽기 때문이야. 삶에 대한 답을 바라지만 말고, 삶에 대한 질문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야 돼.

 

'읽고본느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인의 서랍  (0) 2012.11.01
승자독식사회  (0) 2012.10.17
피에타  (0) 2012.09.23
한정록  (0) 2012.09.13
시간의 숲  (0) 2012.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