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용서할 수 없는 습관에서 떠나라

샌. 2013. 2. 18. 09:14

1년 가까이 목욕탕엘 안 가고 있다. 귀 안에 있는 염증 때문이다. 그동안 수없이 이비인후과를 들락거렸지만 완치되지 않았다. 낫는 것 같다가도 이내 재발한다. 귀에 물이 들어가면 아주 상극이다. 그래서 병원 치료보다는 내가 고쳐보자, 하고 목욕탕 출입을 끊었다. 병원에서 쓰는 적외선 온열기도 샀다. 집에서 샤워도 드물게 하지만, 하고 나면 적외선으로 귀를 말린다. 덕분에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


목욕탕에 가질 않으니 때를 밀 일이 없다. 처음에는 몸에 뭐가 기어다니는듯 스물거렸으나 이젠 아무렇지도 않다. 도리어 때를 미는 게 이상해 보인다. 이태리 타올을 사용하는 게 기분은 개운하지만 피부에는 좋을 것 같지 않다. 도살장의 털 뽑힌 돼지처럼 때밀이 앞에 누워 있지 않아도 되니 좋은 점이 더 많다. 반대로 살아도 아무렇지 않다.


목욕탕이 생기고 나서 규칙적으로 때를 미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목욕탕을 출입한 게 서울로 유학 온 고등학생 때부터였다. 그때부터 한 달에 한 번 목욕을 하는 게 습관이 되었다. 탕에서 때를 불리고 둘레에 앉아 플라스틱 바가지로 물을 끼얹으며 피부가 빨개지도록 때를 밀었다. 그때는 평소에 샤워를 하지 못했으니 오래 목욕을 하지 않으면 때가 까맣게 붙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누구나 2~3일에 한 번은 샤워를 한다. 굳이 목욕탕에서 때와 원수진 사이처럼 싸울 일이 없다.


건강을 위해서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라고 한다. 일어나는 시간, 잠자리에 드는 시간, 밥 먹는 시간을 지키라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배 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는 게 더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 퇴직을 하고 나서는 규칙이라는 말은 아예 버렸다. 그냥 몸이 요구하는대로 반응할 뿐이다. 상식을 깨트리고 내 멋대로 하는 즐거움이 있다.


사람은 뭔가 틀에 매여야 편안한가 보다. 직장과 일이란 것도 그렇다. 직장은 규칙적인 생활과 관계를 보장해 주고, 일에 몰두할 때는 만사를 잊을 수 있다. 사람이 일에 매달리는 건 혼자라는 두려움에서 벗아나고 싶기 때문인지 모른다. 무엇이나 할 수 있는 자유를 주면 오히려 불안하다. 그래서 습관과 관습의 울타리를 벗어나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좀 다르게 살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무엇이 옳고, 그르다는 게 있을까? 공자는 나이 60을 이순(耳順)이라고 했다. 무엇에고 거슬림이 없다는 뜻이다. 또한 해불양수(海不讓水)다. 바다는 모든 강물을 받아들이기 때문에 바다다. 그동안 경향신문만 고집했으니 이젠 조선일보도 좀 볼까? TV 연속극을 기다리는 재미는 어떨까? 예배당에는 안식년이 없을까? 왠지 거꾸로 살아보고 싶다.


며칠 전 동기 모임에서 이번에 명퇴를 한 친구가 물었다. "삼식이가 되면 집에서 마누라 눈치를 받지 않아?" 퇴직해도 남자들은 의례 밖으로 나가려 한다. 집에 있어봐야 서로가 불편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생각을 바꾸면 별로 문제될 게 없다. 나는 친구에게 충고했다. "그동안 바깥 생활만 했으니, 이제는 안 살림도 한 번 해 봐."


상식이나 고정관념, 사실 별 것 아니다. 목욕탕에 가지 않아도, 때를 밀지 않아도, 아무렇지도 않다. 하루 세 끼 먹든, 한 끼를 먹든, 그건 사람 나름이다. 남녀의 역할을 떠나 내가 먹는 음식을 내 손으로 장만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무엇을 하든 지금까지와는 좀 다르게 살아보는 건 어떨까? 주구장창 18번 한 곡만 노래한다면 인생이 너무 지루하지 않을까? 전에 어느 기업가가 마누라만 빼고 다 바꾸라고 한 적이 있었다. 변화하지 못하는 기업은 죽는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용서할 수 없는 습관으로부터 탈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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