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감탄과 감동

샌. 2013. 1. 20. 08:32

감탄; 마음속 깊이 느끼어 탄복함, 감동; 깊이 느껴 마음이 움직임. 감탄과 감동은 사전적으로 비슷하지만, 마음이 움직인다는데 차이가 있다. 깊이 느끼는 게 감탄이라면 더 나아가 마음마저 움직이는 게 감동이다. 감탄은 감탄사가 나오지만, 감동은 아무 소리가 없다.

 

예를 들면, 최첨단 기술을 동원하여 잘 만들어진 영화를 보며 감탄한다. 또는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에도 감탄할 수 있다. 그러나 감동을 하는 것은 다른 차원이다. 대규모 블록버스터보다는 사소한 일상을 다룬 저예산 영화에서 오히려 감동을 할 때가 더 많다.

 

멋지고 웅장한 풍경 앞에서는 감탄을 한다. 반면에 산길을 걷다가 발견한 작은 꽃 하나에는 감동을 받는다. 물론 이 둘이 꼭 구분되는 건 아니다. 감탄과 감동은 뒤섞여 있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나 굳이 얘기하자면 감탄은 머리지만 감동은 가슴의 작용이다. 감탄은 특별한 능력이나 기술이 불러일으키지만 감동은 관계에서 나온다. 새로 나온 신제품의 기능에 감탄할 수는 있지만,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그 뒤의 친절한 AS 같은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감탄보다는 감동이 한 수 위다.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감동이다. 감동이 사라진 인생은 사막과 같다. 감동이 없어지면 마음은 살벌해진다. 이 스산한 세상에서 감동마저 앗긴다면 살아갈 힘을 어디서 얻을 것인가?

 

교직에 있었을 때 아이들에게 가장 아쉬웠던 점은 감동하는 능력의 결핍이었다. 요사이 아이들은 별로 감동하지 않는다. 아예 관심이 없다. 자연 경치도 마찬가지다. 집의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을 다닐 때 아이는 멀뚱한데 어른만 호들갑을 또는 경우가 흔했다. 감수성이 가장 예민할 시기인데 아이들의 관심을 뺏는 건 다른 데 있다. 자라나는 아이들을 보면 나는 완전히 구시대인인 것 같다. 문학소녀라는 호칭도 이젠 듣기 어렵다. 예전과 같은 감성을 기대하는 건 무리인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감동불감증보다 무서운 건 없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는 감동을 잃어버린 세계의 다른 이름이다. 감동이 많아야 풍요로운 인생이 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신이 인간의 마음에 넣어준 보배가 있다면 바로 감동하는 능력일 것이다. 제대로 보는 눈만 있다면 감동의 소재는 우리 주변에 얼마든지 있다. 감탄하기 위해서는 나이아가라에 찾아가야 하지만 감동은 바로 내 옆에 있다. 행복은 사소한 일상에서도 쉽게 감동하는 것, 그래서 행복은 숨겨진 보물찾기와 비슷한지도 모른다.

 

'참살이의꿈'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쟁에서 벗어나기  (0) 2013.02.06
교육과 경쟁  (0) 2013.01.27
개구리 세 마리  (0) 2013.01.05
남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  (0) 2013.01.01
대동사회  (0) 2012.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