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개구리 세 마리

샌. 2013. 1. 5. 10:03

필리핀 민중교육의 역사와 내용을 다룬 <페페의 희망교육>이라는 책을 보다가 이 이야기를 만났다. 개구리 세 마리가 나오는 이 우화는 '쌍방향의 상호작용 이야기'로 민중교육자들 사이에 인기 있는 이야기라고 한다. 자신의 신념 및 타인과의 관계, 깨달음에 대해서 숙고하게 하는 내용이다.

 

'개구리 세 마리'는 진리를 찾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리는 모두 우물 속에 살고 있는 개구리와 같다. 각자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그게 전부라 믿는다. 누가 옳을까?

 

세 마리 개구리는 결국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열망과 용기로 우물 밖으로 나온다. 그들은 좁은 고정관념을 벗어났다. 민중교육의 역할은 사람들이 자신의 패러다임을 넘어서서 볼 수 있도록 하고, 개인 또는 집단의 패러다임 전환을 돕는 일이라고 책에서는 말한다. 사람들이 '우물'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으로 세계를 볼 수 있도록 돕는다. 민중교육은 무결점의 세계관이 가져다주는 안락함에서 벗어나 의심을 즐기고 새로운 눈으로 세계를 볼 수 있도록 한다.

 

진정한 변화는 자신이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하다는 자각에서 비롯된다. 인간 인식의 한계를 절실히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우물에서 벗어나려는 용기가 필요하다. 기존의 관념을 내버릴 용기다. 톰 로빈스는 말한다. '진정한 용기는 당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버릴 줄 아는 것이다. 또한 당신의 사고를 재검토하고, 변화를 감내하며, 인식을 확장시킬 수 있도록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다. 진정한 용기는 케케묵은 자신의 때를 벗겨내는 일이다.'

 

책에 나오는 이야기를 요약해서 옮긴다.

 

 

개구리 세 마리 

 

옛날 옛날에 오래된 진흙투성이 우물이 있었다. 벽에는 구멍과 삐져나온 돌, 바닥에는 진흙 웅덩이가 있었고, 가장자리는 들쭉날쭉했다. 우물 안에는 세 마리의 개구리 - 페페, 필라, 페트라 - 가 행복하고 만족스럽게 살고 있었다.

 

개구리의 삶은 단순했다. 위를 쳐다보면 하늘을 볼 수 있었는데, 하늘은 밝고 푸르렀으며 작고 동그랬다. 먹이는 도처에 널려 있었다. 맛 좋은 파리와 날아다니는 벌레들이 많았다. 개구리 세 마리는 팔짝팔짝 뛰어다니며 놀기를 좋아했다. 싫증이 나면 솟구쳐 오르다가 구르기도 했다. 개구리들은 하늘이 우물 입구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어느 날, 페페는 궁금증이 발동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 보려고 했다. 결국 페페는 우물의 상단부, 바위로 된 평평한 곳에 도착했다. 페페는 전에 보지 못했던 무언가를 보았다. 눈이 아플 정도로 너무나 밝은 태양이었다.

 

페페는 황급히 친구들에게 돌아가 소리쳤다.

"이봐, 필라, 페트라! 이리 와봐. 너희에게 할 말이 있어!"

"침착해, 페페. 왜 이리 흥분했어?" 필라가 말했다.

"페페, 무슨 일 있어? 뭐가 문젠데?" 페트라도 잇달아 물었다.

"나는 보고야 말았어! 아주 크고 눈부신 빛 말이야!"

"정말? 흥미로운 이야기지만 믿기 어려운 걸." 페트라가 말했다.

"페페, 그건 불가능해. 우린 여기서 한평생을 살았어. 이것이 이 세계의 크기이자 진실이야. 너는 정말로 눈이 멀었구나." 필라는 핀잔을 주었다.

"그렇지만 내 말은 사실이야." 페페는 계속 주장했다.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필라는 단호하게 말했다.

"난 잘 모르겠어." 페트라는 망설이며 중얼거렸다.

 

페페는 필라와 페트라가 그 빛을 스스로 직접 보기 전에는 자신의 말을 믿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먼저 필라에게 우물을 올라가는 길을 가르쳐 주었다.

"만약 네가 그곳에 도달하면 넌 빛을 보게 될 거야! 참, 그리고 내가 충고 하나 주겠는데, 빛을 너무 오랫동안 바라보지 마. 아마 눈이 상할 거야."

 

필라는 페페의 말대로 하는 것이 해로울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벽을 향해 뛰어올랐다. 힘든 도전이 계속되고 마침내 필라는 우물 입구 가까이에 오게 되었다. 어느덧 저녁이 되었고 몹시 피곤한 필라는 돌 틈에서 잠에 빠져들었다.

 

필라는 잠에서 깼을 때는 한밤중이었다. 그런데 주위가 약간 밝아져 있었다. 필라는 용기를 내어 솟구쳐 뛰어올라 바위 위에 착지했다.

"페페가 말한 게 뭐지?" 필라는 위를 올려다 보았다. 그러자 부드러우면서도 밝은 약간 얼룩진 둥그런 것이 눈에 들어왔다. 필라는 혼란스러웠다.

"도대체 페페가 말한, 눈이 멀 정도로 밝은 빛은 뭐지? 이 빛은 너무도 부드럽고 곱잖아."

필라는 달은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달의 불가사의한 아름다움에 도취되고 말았다.

 

필라는 조심스럽게 자신이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내려가는 길은 올라오는 길보다 비교적 쉬웠다. 필라가 돌아오자 페페와 페트라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필라 곁으로 몰려갔다.

"필라, 강렬한 빛을 봤니?" 페페가 흥분해서 물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 빛은 내가 지금까지 봤던 어떤 빛보다 부드럽기만 하던데. 난 그 빛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니까."

"뭐? 2초 이상 빛을 보면 눈이 멀고 만다고."

"아냐. 그건 너무 부드러웠어."

"아냐. 네가 잘못 알고 있어." 페페가 필라의 말을 끊고 끼어들었다.

"내가 무엇을 보았는지 내가 알아." 필라도 지지 않고 페페를 노려보며 말했다.

이때 페트라가 끼어들었다.

"그만해. 너희 둘은 날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어. 난 더 이상 누구를, 무엇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어."

 

페페아 필라의 논쟁은 페트라가 질릴 때까지 계속되었다. 페트라는 참지 못하고 말했다.

"둘 다 이제 그만해! 너희 둘 다 옳을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해 봤니?"

"아... 음..." 페페와 필라 둘 다 말을 더듬었다.

"아니면 둘 다 잘못 생각하고 있다거나." 페트라는 계속해서 말했다.

"내 생각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한 가지라고 생각해."

"그래, 우리 모두 가보는 거야. 우리 모두."

 

개구리 세 마리는 다음날 새벽까지 전략을 짠 뒤 똑같은 길을 가기 시작했다. 그들은 의지력과 협동심으로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엇다. 때는 늦은 오후였다. 해는 서쪽 지평선 위에서 따스하게 빛나고 있었다. 개구리들은 이 광경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페페도 필라도 먼저 말을 꺼내려 하지 않았다. 페페는 이것이 자신이 전에 보았던 희고 뜨거운 물체와 똑같은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었다. 필라 역시 자신이 보았던 것보다 이 물체가 확실히 더 밝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때?" 페트라가 말했다.

"음..." 페페와 필라 둘 다 웅얼거렸다.

"여기서 좀더 있다가 무슨 일이 일어나나 한번 보자." 페트라가 제안했다.

"좋아." 페페와 필라가 대답했다.

 

개구리 세 마리는 처음으로 일몰을 보게 되었다. 그 광경은 정말로 장관이었으며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경험이었다. 잠시 뒤 달과 별이 빛나기 시작했다. 개구리들은 황홀경에 빠졌다.

"봤니? 너희 둘 다 맞았어. 비록 완전하지는 않았지만 말이야. 난 우리가 보려고 노력만 한다면 훨씬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해." 페트라가 말했다.

 

페트라의 말에 이견은 없었다. 더 높이 올라가는 일은 확실히 힘들고 불확실한 길이었다. 위험한 굴곡도 있었다. 그러나 세 마리 개구리는 진흙투성이의 이끼 사이에서 발판을 확보하고 서로를 밀어주었다. 어려운 등반이었다. 세 마리 개구리는 서로의 손을 놓쳐 여러 번 미끄러지기도 했다. 뱀이 옆을 지나가기도 했다. 그러나 결코 되돌아가지 않았다. 전진하기 어려운 곳에서는 서로의 손을 꼭 잡아주기도 했다. 마침내 우물 입구에 도달했을 때 개구리들은 다함께 멈춰섰다. 개구리들은 바깥 세상을 살짝 엿보았다.

 

때는 마침 아침이었다. 해는 밝게 빛나고 나뭇잎들도 반짝거렸다. 필라, 페트라, 페페는 실눈을 뜨고 이 빛을 보았고, 점차 빛에 익숙해져갔다. 개구리들은 서서히 새로 발견한 놀라움에 몰입하게 되었다. 나무, 나비, 개구리들을 흘끗 보고 있는 두 다리의 생명체.

"정말 흉측해 보이는 동물이구나!" 개구리들은 말했다.

 

개구리들은 조심스럽게 우물에서 나와 더 넓고 복잡한 세상 속으로 뛰어들었고, 주변의 아름다움과 위험에 대해 스스로 대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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