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전쟁광 보호구역 / 반칠환

샌. 2013. 3. 13. 07:39

전쟁광 보호구역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하루 종일 전쟁놀음에 미쳐 진흙으로 대포를 만들고

도토리로 대포알을 만드는 전쟁광들이 사는 마을

줄줄이 새끼줄에 묶인 흙인형 포로들을

자동소총으로 쏘아 진흙 밭에 빠뜨리면 무참히 녹아 사라지고

다시 그 흙으로 빚은 전투기들이

우타타타 해바라기씨 폭탄을 투하하고

민들레, 박주가리 낙하산 부대를 침투시키면 온 마을이

어쩔 수 없이 노랗게 꽃 피는 전쟁터

논두렁 밭두렁마다 줄맞춰 매설한 콩깍지 지뢰들이 퍽퍽 터지고

철모르는 아이들이 콩알을 줍다가 미끄러지는 곳

아서라, 맨발로 달려간 할미꽃들이 백기들 들면

흐뭇한 얼굴로 흙전차 타고 시가행진을 하는

무서운 전쟁광들이 서너 네댓 명 사는

작은 전쟁광 보호구역이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

 

- 전쟁광 보호구역 / 반칠환

 

 

남북한이 정권이 바뀌고 초기여서인지 어지간히 서로 협박을 해댄다. 누구에게? 불쌍한 민중들에게다. 이제 전쟁이 터지면 공멸이라는 건 누구나 다 안다. 북한 핵이 무서운 게 아니다. 잠수함 타고 와 남한 해안가에 있는 핵발전소만 폭파해도 우리나라는 끝장이다. 좁은 땅덩어리가 죽음의 땅으로 변할 것이다. 전쟁을 일으킨 자들은 외국으로 날아가면 그만일지 모른다. 하나 이 땅에 뿌리박고 살아야 하는 민초들은 어찌하란 말인가.

 

외세에 의해 38선이 그어지고 70년이 다 되도록 아직도 꼭두각시놀음을 하고 있으니 한심하다. 싫증도 나지 않는가 보다. 진짜 전쟁을 할 마음이 있으면 방심할 때 기습을 하지 저렇게 짖어대지는 않을 것이다. 제 욕심에 눈이 먼 저런 못 되먹은 무리가 한 나라를 맡고 있으니 어찌할 거나.

 

개과천선이 불가능한 전쟁광들이야말로 보호구역에 쳐넣어 버려라. 해바라기씨 폭탄을 만들든지, 토마토 수류탄을 만들든지, 저들 멋대로 터뜨리고 죽이게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