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논어[21]

샌. 2013. 3. 17. 17:40

선생님 말씀하시다. "배우기만 하고 따지지 않으면 속히고, 따지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갈피를 못 잡는다."

 

子曰 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

 

- 爲政 11

 

 

우리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의 교육 현장에서 '학(學)'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사(思)'와는 거리가 먼 것은 확실하다. 좀 심하게 얘기하면 좋은 대학 보내기 위해 점수 잘 받는 기계로 훈련시키는 게 우리 교육의 실상이다. 늘 점수를 매기고 비교하고 줄 세우니 아이들은 배우는 데 질려버렸다. 아예 깊은 사고하기를 싫어한다. 이런 환경에서는 족집게로 요점을 짚어주는 교사가 유능한 선생님이다.

 

이런 교육 방식이 초중등까지는 그런대로 효과가 있다. 국가간 성적 비교에서 고등학교까지는 우리나라가 수학, 과학이 선두권을 유지한다. 그러나 대학부터는 역전이다. 창의성 있는 인물이 나오지 못한다. 학이불사(學而不思)는 동양식 주입식 교육의 한계다. 교실에서 질문과 토론을 살려야 한국 교육이 산다.

 

심각한 곳은 더 있다. 종교계로 특히 기독교가 심하다. 교리를 가르치지만 절대 의문을 갖지 못하게 한다. 생각하는 이성은 신앙의 적이다. 내가 처음 교회에 나갔을 때 목사는 성경에 대해 따지고 비판하는 것을 사탄의 짓이라고 했다. 청년부에서 성경 공부하는 것도 금지당했다. 좋은 믿음이란 무조건 믿는 것이라고 배웠다.

 

그런 게 결국 생각이 얕고 편협한 교인을 만든다. 고지식한 맹종은 학이불사(學而不思)에서 나온다. 따지기만 하고 배우려 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주는 대로 받아먹기만 하고 따지지 않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어쩌면 이것은 위에 있는 권위가 노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매하고 고분고분한 민중이야말로 그들이 바라는 바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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