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장난감 / 타고르

샌. 2013. 5. 16. 11:20

아이야, 너는 땅바닥에 앉아서 정말 행복스럽구나, 아침나절을 줄곧 나무때기를 가지고 놀면서!

나는 네가 그런 조그만 나무때기를 갖고 놀고 있는 것을 보고 미소를 짓는다.

나는 나의 계산에 바쁘다, 시간으로 계산을 메꾸어버리기 때문에.

아마도 너는 나를 보고 생각할 것이다. '아침 나절을 저렇게 보잘것없이 보내다니 참말로 바보 같은 장난을 하시네!' 하고.

아이야, 나는 나무때기와 진흙에 열중하는 법을 잊어버렸단다.

나는 값비싼 장난감을 찾고 있다, 그리고 금덩이와 은덩이를 모으고 있다.

너는 눈에 띄는 어떤 물건으로도 즐거운 장난감을 만들어낸다. 나는 도저히 손에 넣을 수 없는 물건에 나의 시간과 힘을 다 써버린다.

나는 나의 가냘픈 쪽배로 욕망의 대해(大海)를 건너려고 애를 쓴다. 나 역시 유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어느 사이엔가 다 잊어버리면서 말이다.

 

- 장난감 / 타고르

 

 

도대체 동심으로부터 얼마나 멀리 떠나온 걸까? 그 세계로 나는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이런 시를 읽으면 마음이 시리다. 어른이 된다는 건 성숙이 아니라 아픈 상실인지 모른다. 가냘픈 쪽배로 욕망의 바다를 건너려는 몸부림, 차라리 바닷가에서 조약돌을 가지고 노는 아이로 돌아가고 싶다.

 

 

아득한 나라 바닷가에 아이들이 모였습니다.

가없는 하늘 그림같이 고요한데, 물결은 쉴 새 없이 남실거립니다.

아득한 나라 바닷가에 소리치며 뜀뛰며 아이들이 모였습니다.

모래성 쌓는 아이, 조개 껍데기 줍는 아이,

마른 나뭇잎으로 배를 접어 웃으면서 한 바다로 보내는 아이,

모두 바닷가에서 재미나게 놉니다.

그들은 모릅니다. 헤엄칠 줄도, 고기잡이 할 줄도,

진주를 캐는 이는 진주 캐러 물로 들고, 상인들은 돛 벌려 오가는데, 아이들은 조약돌을 모으고 또 던집니다.

그들은 남모르는 보물도 바라잖고, 그물 던져 고기잡이할 줄도 모릅니다.

바다는 깔깔거리고 소스라쳐 바서지고, 기슭은 흰 이를 드러내어 웃습니다.

사람과 배 송두리째 삼키는 파도도, 아가 달래는 엄마처럼 예쁜 노래를 불러 들려 줍니다.

바다는 아이들과 재미나게 놉니다. 기슭은 흰 이를 드러내며 웃습니다.

아득한 나라 바닷가에 아이들이 모였습니다.

길 없는 하늘에 바람이 일고, 흔적 없는 물 위에 배는 엎어져, 죽음이 배 위에 있고 아이들은 놉니다.

아득한 나라 바닷가는 아이들의 큰 놀이텁니다.

 

- 바닷가에서 / 타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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