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논어[34]

샌. 2013. 6. 6. 12:18

왕손가가 물었다. "'방 구석 조상님보다 부엌 조상님이 낫다'는데 무슨 뜻입니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그렇지 않습니다. 하늘에 죄를 지으면 빌 곳조차 없습니다."

 

Wang-sun Chia asked , saying, "What is the meaning of the saying, 'It is better to pay court to the furnace than to the south-west corner?'" The Master said, "Not so. He who offends aganist Heaven has none to whom he can pray."

 

王孫賈問曰 與其媚於奧 寧媚於조 何謂也 子曰 不然 獲罪於天 無所禱也

 

- 八佾 7

 

 

당대 권력자와의 대화는 대개 이렇게 날이 서 있다. 위나라 대부였던 왕손가의 질문에는 공자의 속내를 떠보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 같다. 여기서는 대화 내용보다 공자가 언급한 '하늘[天]'과 '기도[禱]'라는 말에 관심이 간다. 종교적 용어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공자에게서 종교성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공자에게 '하늘'은 세상 만물을 주관하는 인격적 존재가 아니었다. 공자가 나이 50을 지천명(知天命)이라고 할 때의 '천명'도 마찬가지다. 인간이 마땅히 가야 할 길 정도를 가리키는 말이 아닐까 싶다.

 

공자는 초월적 존재를 믿지 않았다. 인간에게는 인간으로서 주어진 길이 있다. 그것이 하늘의 뜻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더 나아지도록 배우고 노력해야 한다. 결과는 꼭 내 의지대로 나오는 건 아니다. 그래도 인간의 도리를 행하고, 인간의 길을 걸어가는 게 우리가 하늘로부터 받은 명(命)이다. 빈다는 것도 내 마음을 더욱 다잡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공자의 '하늘'과 '기도'를 그런 의미로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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