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식사법 / 김경미

샌. 2013. 10. 12. 09:07

콩나물처럼 끝까지 익힌 마음일 것

쌀알빛 고요 한 톨도 흘리지 말 것

인내 속 아무 설탕의 경지 없어도 묵묵히 다 먹을 것

고통, 식빵처럼 가장자리 떼어버리지 말 것

성실의 딱 한 가지 반찬만일 것

 

새삼 괜한 짓을 하는 건 아닌지

제명에나 못 죽는 건 아닌지

두려움과 후회의 돌들이 우두둑 깨물리곤 해도

그깟것 마저 다 낭비해버리고픈 멸치똥 같은 날들이어도

야채처럼 유순한 눈빛을 보다 많이 섭취할 것

생의 규칙적인 좌절에도 생선처럼 미끈하게 빠져나와

한 벌의 수저처럼 몸과 마음을 가지런히 할 것

 

한 모금 식후 물처럼 또 한 번의 삶,을

잘 넘길 것

 

- 식사법 / 김경미

 

 

"밥 먹을 때는 말 하는 게 아니다."  "음식 넘기는 소리도 내지 마라." 어릴 때 받았던 밥상머리 교육이었다. 그때는 열 명이나 되는 식구가 한 방에서 식사하는 데도 수저 딸그락거리는 소리 외에는 조용했다. 선조들은 밥 먹는 걸 그만큼 엄숙하고 진지하게 여겼던 건 같다. 일상을 통해 도를 실천하는 선비 정신의 흔적이었는지도 모른다. 맛있다고 요란하지도 않았고, 맛없다고 투덜대지도 않았다. 그러나 세상은 변했고, 이제는 TV 음식점 소개 프로그램에서 보듯 식도락을 넘어 식탐의 지경으로까지 되었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게걸스레 먹는 모습을 보면 채널을 돌려버린다. 식사법을 보면 삶의 양식을 알 수 있다. 우리 시대의 먹는 모습이 우리가 어떤 시대에 사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