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함석헌 읽기(15) - 퀘이커 300년

샌. 2013. 10. 14. 08:32

이 책은 함석헌 선생의 번역서다. 퀘이커 운동이 시작된지 300돌을 맞으면서 퀘이커 신앙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설명하기 위해 하워드 브린턴(Howard Brinton)이 쓴 <Friends for 300 Years>가 원저다.

 

퀘이커 신앙은 독특한 데가 있다. 개신교의 일파지만 어떤 면에서는 가톨릭에 더 가깝다. 챙이 넓은 모자에 수수한 검은 옷을 입고 문명을 거부하며 공동체 생활을 하는 퀘이커는 예수의 복음에 가장 근접한 삶을 살지 않나 싶다. 그만큼 관심의 대상이다. 선생도 해방 후에 퀘이커를 접하고 모임에 나가면서 친우회원이 되었다. 퀘이커를 알기 위해 여러 차례 해외여행을 하기도 했다.

 

퀘이커가 매력적인 건 '침묵의 예배'다. 고정된 전례나 목회자가 없다. 침묵 속에서 하나님의 임하심을 기다린다. 그러면서 묵상 중에 떠오른 영감을 나눈다. 그 바탕에는 모든 사람은 내면에 신성을 가지고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퀘이커는 신과의 개인적인 내적 교감을 중요시한다. 원죄나 구원 예정설은 강조되지 않는다. 퀘이커는 삶으로 복음을 실천한다. 그들이 폭력을 반대하는 평화주의자라는 건 잘 알려져 있다. 그리고 항상 소수자와 약자를 존중하는 입장을 지켜 왔다. 앞장서서 노예 해방을 주장했으며 스스로 노예를 소유하지 않았다. 예수 정신이 가장 잘 구현되는 모임이 퀘이커다.

 

퀘이커는 1650년대에 조지 폭스(George Fox)의 명상운동에서 시작되었다. 퀘이커(Quaker)란 하나님 앞에서 떤다는 뜻이다. 공식 명칭은 '친우회(The Society of Friends)'인데, 퀘이커는 외부 사람들이 붙인 명칭이다. 전 세계 회원이 20만 남짓밖에 안 되지만 퀘이커 정신은 기독교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퀘이커 홈페이지에는 퀘이커 신앙의 핵심이 이렇게 적혀 있다.

 

* 모든 사람의 내면에는 신성한 무엇이 있습니다.

   There is something sacred in all people.

 

* 모든 사람은 하나님 앞에서 평등합니다.

   All people are equal before God.

 

* 종교는 삶 전체에 관한 것입니다.

   Religion is about the whole of life.

 

* 우리는 보다 깊은 하나님의 현존을 느끼기 위해 고요한 가운데서 모입니다.

   We meet in stillness to discover a deeper sense of God's presence.

 

* 참 종교는 지구와 그 위의 모든 생명을 존중하는데 이르게 합니다.

   True religion leads to respect for the earth and all life upon it.

 

* 각 사람은 고유하며, 소중한, 하나님의 자녀입니다.

   Each person is unique, precious, a child of God.

 

점점 심화되는 자본주의의 수렁에서 인류를 구원할 빛이 퀘이커 정신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실천하지 않는 진리는 진리가 아니다. 미래의 종교가 반드시 퀘이커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미래를 건져가는 종교가 있다면 그것은 퀘이커 같은 방식의 생각을 하는 종교일 것이라는 선생의 말에 동의한다.

 

 

 

'읽고본느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쇼펜하우어의 행복론  (0) 2013.11.10
난설헌  (0) 2013.10.25
마지막 4중주  (0) 2013.09.27
두근두근 내 인생  (0) 2013.09.22
김영민의 공부론  (0) 2013.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