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연이은 착각

샌. 2013. 11. 15. 08:46

두 번의 연이은 착각을 했다. 지지난주에는 결혼식장에 갔더니 혼주가 엉뚱한 사람이 서 있었다. 청첩장을 꺼내 보니 축하해줘야 할 친지 결혼식은 다음날이었다. 날짜를 하루 착각한 것이다. 지난주 결혼식은 식장에 갔더니 이미 끝난 뒤였다. 시간을  두 시간이나 오해해 주인공을 보지도 못하는 실례를 했다. 깜빡하는 것은 가끔 있는 일이나 이렇게 연달아 실수하고 보니 내 정신이 녹슬어가는 게 실감 난다.

 

운전을 해보면 안다. 내비의 안내를 받지만 엉뚱한 길로 들어설 때가 잦다. 여러 갈래 길에서 정확한 결정을 못 내린다. 전에는 그러지 않았다. 감각만으로도 길을 잘 찾아갔다. 이제는 주저하고 망설이다가 고작 선택한 게 정답이 아니다. 총기가 떨어졌다는 뜻이다. 도로가 복잡해져서 그렇다고 자기 위안을 해 보지만 자주 다니는 길에서도 실수하는 걸 보면 원인은 딴 데 있다.

 

늙으면 자기 생각에 갇혀 버린다. 한 번 날자와 시간이 입력되면 그냥 화석처럼 굳어진다. 청첩장은 여러 번 확인하는 기회가 있었다. 그럼에도 처음의 잘못된 정보는 고쳐지지 않았다. 노자가 '살아 있을 때는 부드럽고 약하지만, 죽으면 단단하고 강해진다[人之生也柔弱 其死也堅强]'고 말한 의미를 알겠다. 환갑이 지나니 몸과 함께 정신도 굳어간다.

 

노인이 되어 제일 경계할 것이 아집인 것 같다. 늙으면 자기 생각만 옳다는 독단에 빠지기 쉽다. 그에 따라 다른 사람을 가르치거나 훈계하려는 유혹에 넘어간다. 나 역시 늘 이를 조심한다. 그러나 지나고 보면 아차, 하는 경우가 흔하다. 노인의 옹고집은 연장자에 대한 존경심을 사라지게 한다. 노인의 잔소리도 자신의 눈으로만 세상을 보기 때문이다. 좁은 시야의 망원렌즈가 되면 먼지나 때 같은 단점만 보인다.

 

일반적으로 나이 들어가는 과정을 나도 밟는다고 생각하니 슬프다. 몸의 기능이 약해지는 건 넉넉히 감수하겠으나, 마음이 왜소해지는 건 내가 너무 불쌍해 보인다. 남의 말을 많이 듣고 고개를 끄덕여주겠다고 하지만 실제는 마음대로 안 된다. 잔소리가 많아졌다는 소리를 듣는 비율이 늘었다. 나도 어쩔 수 없구나, 하며 쓸쓸해진다.

 

결혼식 착각을 보며 아내는 치매 검사를 받으러 가자고 약을 올린다. 아무 할 말이 없게 생겼다. 뭐가 잘못돼서 엉뚱한 숫자가 입력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이젠 분명하게 여겨지는 일도 두 번 세 번 확인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게 실수를 줄이는 길이다. 내 생각의 울타리에 갇히지 않기! 아무리 옳다고 여겨지는 것도 의심하고 또 의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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