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논어[67]

샌. 2014. 1. 30. 09:43

자공이 말했다. "선생님께서 옛 글을 강론하시는 것은 언제나 들을 수 있지만, 인성이니 천도니 하는 따위는 좀처럼 들을 수가 없다."

 

子貢曰 夫子之文章 可得而聞也 夫子之言性與天道 不可得而聞也

 

- 公冶長 9

 

 

임어당은 <생활의 발견>에서 각 나라의 국민성을 나타내기 위해 만든 재미있는 수식을 소개하고 있다. 현실주의(Reality)는 R, 이상주의(Dream)는 D, 감수성(Sensibility)은 S, 유머(Humor)는 H로 나타내고, 각각을 화학기호처럼 1부터 4까지의 숫자로 표시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영국은 R3D2S2H1, 프랑스는 R2D3S3H3, 미국은 R3D3S2H2, 독일은 R3D4S1H2, 일본은 R2D3S1H1 로 평가했다. 독일인은 감수성이 부족한 이상주의자이고, 일본인은 감수성이나 유머 감각에서 최하점을 받았다. 그리고 자신의 조국인 중국을 임어당은 R4D1S3H3로 표현했다. 중국인은 최고의 현실주의자이지만 이상주의에서는 낙제점이었다. 그러나 감수성이나 유머는 뛰어나다. 중국 민족의 특징을 잘 나타내었다.

 

자공의 이 말을 접하며 공자 역시 중국인의 특징을 그대로 빼닮은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공자는 현실에 굉장히 관심이 많았지만, 추상적인 개념이나 눈에 보이지 않는 현상에는 별로 눈길을 주지 않았다. 공자에게서 인성이나 천도니 하는 말은 들을 수가 없었다고 지공은 고백하고 있다. 죽음에 대해 묻는 제자에게 공자는 이렇게 대답하기도 했다. "삶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데 어찌 죽음에 대해 알겠느냐." 임어당이 중국인에게 부여한 R4D1S3H3는 공자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런 점에서도 장자와 공자는 서로 대척점에 서 있다. 만약 장자에게 이 수식을 적용한다면 R1D4S3H3 쯤 되지 않을까 싶다. 장자는 가장 중국인답지 않은 중국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감수성이나 유머 감각이 높은 것은 공통적이다. 개인적으로는 아무래도 공자보다 장자에게 끌린다. 내 성향은 이상주의자에 가깝기 때문이다. 나를 자체 평가한다면 R1D4S2H1으로 점수 매겨야 할 것 같다. 현실과 이상이 너무 불균형이다. 인생의 지혜는 현실과 이상, 유머가 적절한 조화를 이루는 데서 나온다는데 나는 모자라는 게 너무 크다. 보충해주는 정신의 영양제는 어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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