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논어[64]

샌. 2014. 1. 14. 09:41

선생님이 자공에게 말씀하시다. "너와 회와 누가 더 나을까?" 자공이 대답했다. "제가 어찌 회를 당하리까? 회는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압니다. 저는 하나를 들으면 둘을 알구요." 선생님 말씀하시다. "그만 못하지. 나나 너나 그만 못하지!"

 

子謂子貢曰 女與回也 孰愈 對曰 賜也 何敢望回 回也 聞一以知十 賜也 聞一以知二 子曰 弗如也 吾與女弗如也

 

- 公冶長 6

 

 

스승의 짓궂은 질문이다. 안회가 가장 뛰어난 제자라는 건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자공에게 다시금 확인시킨다. 자공은 공손하게 대답한다. 안회는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알지만, 자신은 둘만 안다고 말한다. 겸손한 것 같지만 뭔가 가시가 들어 있는 듯하다. 하나를 들으면 하나를 알 뿐이라고 자신을 낮추는 게 보통이지 않은가. 그런데 자공은 스스로 둘을 안다고 자신한다. 여기서 스승의 대답은 한술 더 뜬다. "너나 나나 안회만 못하다!"

 

공자와 제자의 대화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이어진다. 깊은 뜻이 담긴 선문답 같기도 하다. 그러나 너무 심각하게 여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안회의 뛰어난 행실을 접하고 난 뒤의 공자와 자공의 가벼운 대화였는지도 모른다. 어찌 되었든 서른 살이나 아래인 제자에게 자신보다 뛰어나다고 칭찬하는 공자는 대단하다. 짧은 대화에서도 공자의 비범함을 읽을 수 있다. 또한 안회의 호학심(好學心)이 얼마나 대단한지도 짐작할 수 있다. 스승과 제자의 재미있는 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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