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논어[62]

샌. 2013. 12. 27. 10:47

선생님 말씀하시다. "갈 길을 찾을 수 없는 세상이다. 배를 타고 바다로나 나갈까 보다. 나를 따라올 자는 아마 유일 거야!" 자로가 이 말을 듣고 벙실벙실했다. 선생님 말씀하시다. "유는 나보다 용기가 있지. 머뭇머뭇 생각하지도 않았을 거다."

 

子曰 道不行 乘부浮于海 從我者其由與 子路聞之喜 子曰 由也 好勇過我 無所取材

 

- 公冶長 4

 

 

이 대목에서는 세상에 대한 공자의 실망이 절실히 느껴진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배를 타고 멀리 벗어나고 싶어했을까? '도불행(道不行)'의 세상에 대한 한탄이 바로 옆에서 들리는 것 같다. 그러나 공자는 도피나 은둔의 길을 택하지 않았다.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뛰어들어 그가 꿈꾼 이상을 펼쳐보려 애썼다. 도가 학파와 대비되는 점이다. 공자도 자신의 한계를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부딪치지 않고는 개선되지 않는다. 공자는 현실 참여형 이상주의자였다. 만약 공자가 현대에 태어났어도 결코 상아탑에만 안주하는 학자, 강론대에만 서 있는 성직자는 아니었을 것이다.

 

여기서는 자로에 대한 공자의 생각이 드러나 있다. 어디를 가든 자신을 따라올 사람은 자로일 것이라는 믿음이다. 그만큼 자로의 용기를 칭찬한다. 반면에 자로의 생각 없음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낸다. 우직한 과단성이 있지만 지적인 면에서는 부족하다. '무소취재(無所取材)'라는 말이 직설적이다. 이런 자로를 보면 예수 제자 중에서 베드로가 연상된다. 자로와 베드로는 닮은 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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