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논어[65]

샌. 2014. 1. 20. 08:55

재여가 낮잠을 잔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썩은 나무는 새길 수가 없고, 썩은 흙담장은 흙손질할 수 없다. 재여 같은 애는 꾸짖기도 싫다." 다시 이어서, 선생님 말씀하시다. "전에 나는 남의 말을 들으면 그대로 믿었는데, 이제 나는 남을 말을 듣고도 그 행동을 보아야 하겠다. 재여 때문에 이렇게 달라진 거야!"

 

宰予 晝寢 子曰 朽木不可彫也 糞土之墻不可오也 於予與何誅 子曰 始吾於人也 聽其言而信其行 今吾於人也 聽其言而觀其行 於予與改是

 

- 公冶長 7

 

 

이렇게 심한 꾸지람이라면 단순한 낮잠 정도는 아닐 것이다. 그동안 지켜보고 쌓인 게 있으니까 낮잠 자는 모습으로 인해 화가 폭발한 게 틀림없다. 꾸짖기도 싫다는 건 완전히 포기했다는 말이다. 더구나 남의 말을 그대로 믿지 못하게 된 건 오로지 재여 때문이라고 한다. 이만한 비난이 없다.

 

재여가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모른다. 낮잠을 잤다는 걸 보니까 말은 번드레하게 하지만 게으른 제자였던 것 같다. 공자의 눈 밖에 난 이유가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이 대목을 보면 공자는 무척 엄격하고 직설적인 분이었던 것 같다. 제자를 가르칠 때 격려하고 다독거리지만 않았다. 배우려는 기본자세가 안 되어 있으면 공자라도 사람을 만들 수는 없다. 말을 물가까지 끌고 갈 수는 있지만 억지로 물을 먹일 수는 없는 일이다. 가르치고 배우는 현장에서 늘 만나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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