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겨울 사랑 / 박노해

샌. 2014. 2. 7. 09:47

사랑하는 사람아

우리에게 겨울이 없다면

무엇으로 따뜻한 포옹이 가능하겠느냐

무엇으로 우리 서로 깊어질 수 있겠느냐

 

이 추운 떨림이 없다면

꽃은 무엇으로 피어나고

무슨 기운으로 향기를 낼 수 있겠느냐

나 언 눈 뜨고 그대를 기다릴 수 있겠느냐

 

눈보라 치는 겨울밤이 없다면

추워 떠는 자의 시린 마음을 무엇으로 헤아리고

내 언 몸을 녹이는 몇 평의 따뜻한 방을 고마워하고

자기를 벗어버린 희망 하나 커 나올 수 있겠느냐

 

아아 겨울이 온다

추운 겨울이 온다

떨리는 겨울 사랑이 온다

 

- 겨울 사랑 / 박노해

 

 

며칠 전에 입춘이 지났고, 계절적으로는 겨울의 끝에 이르렀다. 사계절이 순환하듯 인생에도 주기적인 사이클이 있다. 전에 명리학책을 보다가 10년 주기로 대운(大運)이 찾아온다는 내용을 보고 내 지나온 삶에도 적용해 본 적이 있다. 누구의 인생길에서나 명암과 화복이 끊임없이 반복된다. 전화위복(轉禍爲福), 전복위화(轉福爲禍)가 인생이다.

 

그러므로 겨울도 설레는 마음으로 맞을 수 있다. 추운 떨림이 없다면 꽃이 피어날 수 없고, 향기를 낼 기운도 생기지 않는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한여름의 먹구름과 천둥도 필요하다. 혹한의 계절이지만 길을 나서기를 두려워 말라. 오히려 기꺼이 맞으라. 사랑하는 사람아, 너에게 시인의 이 말을 전한다. "눈보라 치는 겨울밤이 없다면 / 추워 떠는 자의 시린 마음을 무엇으로 헤아리고 / 내 언 몸을 녹이는 몇 평의 따뜻한 방을 고마워하고 / 자기를 벗어버린 희망 하나 커 나올 수 있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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