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누군가 슬퍼할 때 / 김현옥

샌. 2014. 2. 15. 11:38

친구의 눈에 눈물이 흐를 때

함께 울게 하소서

친구의 가슴이 고통으로 멍들 때

연민을 느끼며 그를 껴안을 수 있게 하소서

가난한 이웃의 어려움을 들을 때

모르는 척하지 않고 그의 궁핍함을 함께 걱정하고

그의 불안한 삶의 고뇌를 나누며

주머니를 털어 그와 나눌 수 있는 진실함을 주소서

 

무언가 사회가 잘못되어 가고 있을 때

다른 사람에게 탓을 돌리거나

남들이 해결하리라 미루지 않고

저도 무언가 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며

함께 올바른 길로 나가기 위해

기꺼이 끼어들게 하소서

 

주님의 자녀인 제가 말만 앞선다는 소리를 들어

당신께 누가 되지 않도록

살아 있는 신앙인이 되게 하소서

 

- 누군가 슬퍼할 때 / 김현옥

 

 

수녀님, 어떻게 지내시나요? 마지막 통화하고 나서 벌써 4년이나 흘렀네요. 지금도 수녀님이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지만, 저에게는 영원한 수녀님으로 계십니다. 여주 밤골에서의 인연도 되돌아보니 10년이 훨씬 지났어요. 그날 컨테이너 움막으로 찾아오셔서 저를 놀라게 하던 때가 생생하게 기억됩니다. 수녀님의 위로와 격려가 아니었다면 외로웠던 그 시기를 헤쳐나오기가 무척 힘들었을 거예요. 오늘 천주교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에서 펴낸 책자에서 수녀님의 시를 보았습니다. 직접 수녀님을 만난 듯 반가웠습니다. 아마 오래전에 쓰셨던 것이겠죠. 이젠 저도 친구의 눈에 눈물이 흐를 때 함께 울어주고, 친구의 가슴이 고통으로 멍들 때 그를 껴안을 수 있어야 할 텐데 말이죠. 하지만 여전히 위로받으려고만 하는, 나밖에 모르는 철부지여요. 올해 저는 이 세상에서 가장 연약하지만, 그러나 가장 신비한 보물을 받았어요.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이 미련한 자에게 깨우침을 주려고 보낸 하늘의 선물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이젠 내가 그어놓은 경계를 허물고 밖으로 나가 다른 사람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수녀님의 꿈은 아직도 유효하겠죠? 히말라야 설산 아래 포카라의 호수, 동해의 외딴 초가집을 얘기할 때 총총 빛났던 수녀님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어느 한 곳에 고여 정체되는 걸 수녀님은 제일 싫어하셨잖아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분이셨죠. 어디에서나 생동하는 에너지로 주위를 밝고 기운차게 바꿔주시는 수녀님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합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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