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들길에 서서 / 신석정

샌. 2014. 2. 22. 17:21

푸른 산이 흰구름을 지니고 살듯

내 머리 위에는 항상 푸른 하늘이 있다

 

하늘을 향하고 산삼(山森)처럼 두 팔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숭고한 일이냐

 

두 다리는 비록 연약하지만 젊은 산맥으로 삼고

부절(不絶)히 움직인다는 둥근 지구를 밟았거니....

 

푸른 산처럼 든든하게 지구를 디디고 사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이냐

 

뼈에 저리도록 생활은 슬퍼도 좋다

저믄 들길에 서서 푸른 별을 바라보자

푸른 별을 바라보는 것은 하늘 아래 사는 거룩한 나의 일과이거니....

 

- 들길에 서서 / 신석정

 

 

한 구절 때문에 오래 기억되는 시가 있다. 이 시의 '뼈에 저리도록 생활은 슬퍼도 좋다'도 그렇다. 무언가의 슬픔으로 인하여 이 구절을 되뇌며 마음을 다잡았었다. 기쁨보다는 슬픔이 많은 게 인생사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슬픔과 고통이 삶의 숭고함을 퇴색시키지는 못한다. 인간이기에 그마저도 아름답게 승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내 머리 위에는 푸른 하늘이 있고, 푸른 별이 반짝인다. 푸른 별이 내 마음속에서 빛나는 한 슬픈 삶인들 어떻겠는가. 슬픔도 기쁨도 거룩한 나의 일과가 되는 것이다. "뼈에 저리도록 생활은 슬퍼도 좋다. 저믄 들길에서 푸른 별을 바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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