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감기와 스트레스

샌. 2014. 2. 13. 10:49

감기몸살이 진하게 찾아왔다. 닷새 동안 끙끙 앓고 나니 조금 사그라진다. 백수였기 망정이지 직장에 다니고 있었다면 훨씬 더 오래 끌었을 것이다. 감기에 걸려도 약을 안 먹고 견디는 편인데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병원 신세를 졌다. 그만큼 증상이 복합적인데다 특히 기침이 심했다. 블로그에 들어오기도 귀찮아서 며칠간 공백이 생겼다.

 

밖에 쏘다녔거나 무리한 생활을 한 것도 아닌데 감기에 걸린 것은 올 초부터 받고 있는 스트레스가 원인인 것 같다. 바이러스에 노출될 때 증상으로 연결되느냐 않느냐는 것은 면역력과 관계가 있다. 과로와 함께 정신적 스트레스도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중요한 요인이다. 지속적인 스트레스 때문에 신체의 방어벽이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는 더구나 아내가 부재중이어서 더 힘들었다. 아픈 몸을 이끌고 밥을 차려먹어야 하니 영양 보충이 제대로 될 리 없었다. 입은 맛있는 걸 달라고 하는데 상 위에는 반찬 한두 가지가 고작이었다. 뜨끈한 고기국물을 들이키고 싶어도 마음뿐이었다. 아프니 아내의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졌다.

 

몇 해 전에 세상을 떠난 고등학교 친구가 생각났다. 부인을 먼저 저 세상으로 보내고 친구는 혼자 지내며 술로 세월을 보냈다. 결국은 2년을 못 버티고 친구의 부고 소식이 들렸다. 술과 스트레스, 그리고 식사 부실이 원인이었다고 장례식장에 모인 사람들은 안타까워했다. 바보같이 제 몸 간수도 못 하느냐고, 그때는 친구를 원망했다. 그러나 자신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이번에 며칠 누워 있으면서 실감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 때문에 한순간에 무력한 존재로 전락한다. 가벼운 감기가 이러니 다른 병이라면 오죽하겠는가. 불청객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와서 우리를 당황케 한다. 삶의 기반은 너무 연약하고 흔들리기 쉽다. 현대 의학이 아무리 발전했다고 하지만 생로병사는 인간의 의지를 떠나 있다. 작은 감기에서도 겸손을 배운다.

 

스트레스야말로 만병의 근원이다. 정신에 과부하가 걸리면 몸의 이상으로 나타난다. 지금 찾아온 감기도 몸이 보내는 경고 신호다. 이럴 때는 나를 돌아보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 같다. 외적 상황은 어찌할 수 없지만 거기에 어떻게 반응하느냐는 나의 몫이다. 집착보다는 체념을 배우고, 과거보다는 미래로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지나친 낙관도 비관도 금물이다. 오늘 점심에는 차를 몰고서라도 구수한 설렁탕집을 찾아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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