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노인이 행복한 나라

샌. 2014. 2. 19. 10:11

얼마 전에 KBS TV에서 세계에서 노인 복지 제도가 가장 잘 되어 있는 스웨덴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좋은 면만 보여준 건지는 모르지만, 스웨덴은 무척 부러운 시스템을 갖춘 나라였다. 교육이나 복지 제도에서 본받을 나라가 스웨덴인 것 같다.

 

스웨덴은 GDP의 34%를 복지에 쓰고, 그중에서 1/2이 노인복지 예산이다. 모든 노인이 월 140만 원 정도의 기초연금을 받으니 생활에 쪼들리는 사람은 없다. 여기에 직장 연금이나 개인연금이 보태지면 더 넉넉해진다. 더구나 스웨덴은 노인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잘 준비되어 있어 어디서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배우며 삶을 즐길 수 있다. 또, 의료비 상한제가 있어 병원 치료를 걱정하지 않는다. 노년의 불안이 있을 수 없다.

 

선진국이란 단순히 잘 사는 나라가 아니라 지도자나 국민 의식 수준이 높은 나라다. 스웨덴 정치인들은 오래전부터 국가는 국민을 위한 편안한 집이 되어야 한다면서 모두가 행복한 평등한 세상을 꿈꾸었다. 차별 두지 않는 모두를 위한 복지가 스웨덴의 정치 이념이 된 것이다. 국민들은 그런 지도자를 지지했다. 스웨덴 사람들은 복지를 위한 세금 부담을 당연하다고 여긴다. 노인이나 아이는 보살핌이 필요하고, 언젠가는 자신도 노인이 되어 그 혜택을 보게 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에 소개된 스웨덴 노인들의 주거는 세 가지 형태였다. 첫째, 거동이 자유로운 노인은 자신의 집에서 생활하며 도우미에 의한 재가 서비스를 받는다. 개인이 부담하는 도우미 비용은 월 10만 원 정도다. 둘째, 노인들이 함께 생활하는 서비스 하우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아파트 식으로 자신만의 독립 공간을 가지며, 체육관 등의 공용 시설을 갖추고 있다. 방해받지 않으면서 함께 어울려 살아간다. 월 이용료는 80만 원이다. 셋째, 항상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노인은 요양원에 들어간다. 비용은 월 100만 원 초반대지만 품위 있는 노년을 보낼 수 있는 시설과 서비스가 준비되어 있다.

 

우리나라에도 요양원이나 양로원이 있지만 비용이 비쌀뿐더러 인식이 좋지 못하다. 현대판 고려장이라며 들어가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노인들의 수용소 역할을 할 뿐 편안한 삶을 누릴 여건이 안 되기 때문이다. 노년의 삶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을 때 부정적 인식도 개선될 것이다. 이런 국가 관리 체제에 대해서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마땅한 대안이 나오기까지는 국가에서 상당 부분 책임을 지는 게 당연한 것 같다.

 

스웨덴의 '모두가 함께 행복한 세상'이라는 국가 목표는 우리가 배워야 할 공동체 정신이다. 우리나라 건국 이념인 홍익인간도 다를 바 없다. 19세기 말에 우리나라에 들어온 서양 선교사들은 조선이 노인들의 천국이라고 했다. 전통적인 효와 경로 사상에 대해 그들은 감탄했다. 그런데 1세기가 지나서 세상은 뒤바뀌었다. 노인은 이제 존경 대신 귀찮은 존재가 된 것이다. 늙는 게 죄가 되었다. 시골에 가보면 병들어서 자식에게 부담을 지우게 될까 봐 노인들은 제일 근심한다. 이런 상태에서 노년의 행복이란 어불성설이다. 국가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공약한 노인연금 20만 원을 가지고도 예산 타령을 하며 약속을 뒤집으려 한다. 국민들 역시 노인복지에 들어가는 돈을 부담하기를 꺼린다. 언젠가는 자신도 노인이 되어 그 혜택을 볼 텐데 지금 당장 발 등의 불만 생각하는 것이다. 스웨덴과 비교해 보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80세에도 발레를 배우는 스웨덴 노인이 부러웠다. 방송에 나온 어느 스웨덴 노인은 이렇게 말했다. "정말 행복합니다. 아주 좋은 삶이에요." 좋은 나라란 아이와 노인이 행복한 나라라고 생각한다. 보살핌을 받아야 할 사람을 배려해 주며 함께 가야 아름다운 공동체다. 국민소득이 얼마냐보다 얼마나 행복한 나라인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러자면 약자가 서글픔을 느끼는 일이 없어야 한다. 스웨덴에서 가능하다면 우리에게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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