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덕분입니다

샌. 2014. 3. 17. 16:26

덕분, 참 좋은 말이다. 한자로 쓰면 '德分'이 된다. "덕분입니다"는 당신이 나에게 덕을 베풀어 주어서 감사하다는 말이다. 덕을 나누면 모두가 행복하다.

 

그에 비해 새해 인사말로 쓰이는 "복 많이 받으세요"는 좀 욕심꾸러기 같은 느낌이 난다. 세상의 복 분량은 한정되어 있는데 혼자서 복을 많이 가져가면 다른 사람의 몫이 줄어든다는 건 모른다. 아쉽게도 "복분(福分) 합시다"라는 덕담은 없다.

 

어느 분은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명함만 한 종이를 나누어 주는 걸 보았다. 거기에는 직접 붓글씨로 쓴 '덕분에'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항상 이런 마음으로 살자는 뜻이리라.

 

전에 천주교에서 '내 탓이오' 운동을 벌인 적이 있었다. 대개 사람들은 잘못되면 네 탓이오, 잘 되면 내 탓이라고 한다. 이러면 분쟁과 싸움만 생긴다. 얽히고설킨 세상에서 내가 잘 살려면 타인의 도움이 있어야 하고, 반면에 갈등을 해결하려면 타인보다는 내가 바뀌면 되는 것이다. '덕분입니다'와 '내 탓이오'는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덕분입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미안합니다", 모두가 참 좋은 말이다. 이런 말을 자주 쓰는 가정은 행복하다. 우리 사회가 따스한 공동체가 되자면 이런 말이 자주 들려야 한다. 많이 배우고 좋은 대학 나온 사람일수록 제 똑똑한 줄만 알지 남 덕분인 줄 모른다. 제 잘 난 맛에 사는 건 자유지만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없어야겠다.

 

모든 것을 다른 이의 덕분이라고 여기며, 바른 언행으로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행동을 하는 것을 성담 스님은 '덕분 수행'이라고 이름 붙였다. '덕분입니다'라는 말 속에는 상대를 존중하고 받드는 뜻이 들어 있다. 이런 생각이라면 매사에 감사할 수 있다. 누가 해칠 수도 없다. '덕분 수행'을 통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선입견과 고정관념을 지우고 자유롭고 여여한 삶을 살자는 것이다. '덕분'은 자아중심 사고에서 벗어나는 도구다.

 

스님 글의 한 부분이다. 

 

덕분인 줄 모르는 사람은 매사를 "내가 했다", "내가 한다", "내가 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런 관점으로 세상을 보면 다 함께 잘 사는 세상은 커녕 지옥이나 아수라장밖에 보지 못합니다.

 

그리고 후회와 불안으로 지금 여기에서 살지 못합니다.

늘 인정받아야 하고, 늘 부담감에 시달려 근심이 끊일 날이 없습니다.

그래서 생각도 부정적으로 흘러 가게 마련입니다.

 

요즘 뭐 좀 아는 사람들이 긍정해야 잘 산다고 하도 강조를 하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려고 애는 쓰지만 부정적인 생각과 싸우기도 바빠 영 잘 되질 않습니다.

늘 이렇게 스스로 부담을 주고 다른 사람들에게 호감을 얻지 못하니 사는 게 갈 수록 힘들어집니다.

 

그러나 관점이 바뀐 사람은 다릅니다.

'내가'라는 것이 빠지고 "덕분에 합니다", "덕분에 됩니다"라고 합니다.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처럼 겸손한 사람에게는 늘 주위의 도움이 끊이지 않게 마련이어서 하는 일이 잘 되고 사는 것이 점차 나아집니다.

 

깨달음은 특별한 것이 필요한 것도,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닙니다.

잠깐만 생각해 봐도 "물 덕분에 사는구나", "의자 덕분에 앉아 있구나" 하고 알 수 있습니다.

그러면 행복의 문을 여는 열쇠를 쥐게 되는 것입니다.

 

 

 

'참살이의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면  (0) 2014.04.18
너의 불행이 나의 행복  (0) 2014.04.03
하느님은 한 문을 닫으시면 다른 문을 열어주신다  (0) 2014.03.05
노인이 행복한 나라  (0) 2014.02.19
휴대폰을 끄다  (0) 2014.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