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임진각

샌. 2014. 2. 22. 14:16

 

북쪽으로 드라이브 간 길에 임진각에 들렀다. 70년대에 부모님을 모시고 온 적이 있었으니 거의 40년 만에 다시 찾은 셈이었다. 그때는 버스를 타고 통일로를 따라 여기까지 왔었다. 내가 막 직장 생활을 시작한 즈음이었을 것이다. 월급을 모아 산 카메라가 있었는데 이곳에서 부모님 사진을 여러 장 찍어드렸다. 그런데 나중에 현상하려고 뒷 뚜껑을 열어보니 아뿔싸, 필름이 하나도 돌아가지 않았다. 초보가 필름을 잘못 장전해서 그냥 헛바퀴를 돈 것이었다. 그 뒤에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임진각 나들이가 아버지와의 마지막 여행이 되었다. 그때의 사진이라도 남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늘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그때와 달리 지금은 자유의 다리도 직접 걸어볼 수 있고, 기차를 타고 임진강을 건너 도라산역까지도 갈 수 있다. 그러나 세월의 길이에 비해 남북 관계는 별로 진전된 게 없다. 지금 금강산에서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열리고 있는데, 이마저도 수차례의 우여곡절을 겪으며 겨우 성사되었다. 이데올로기가 무엇이길래 이토록 잔인하게 천륜마저 막아놓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멀리 북녘땅을 바라보며 민족이 하나 될 통일의 그 날을 그린다. 그동안 먹고사는 문제에 바빠 국민들에게 통일은 뒷전으로 밀려난 감이 있었다. 다행히도 근년에는 통일이라는 말이 다시 희망의 언어로 등장하고 있다. 한반도의 잃어버린 땅을 내 생전에 두 발로 밟아볼 수 있다는 기대가 생겨 기쁘다. 저 경의선 기차를 타고 개성을 지나 평양, 신의주까지 갈 수 있는 날은 언제쯤 찾아올까, 제2의 해방절이 될 그 날을 임진각에 서서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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