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안산 일출

샌. 2014. 1. 28. 09:45

 

안산 자락에서 일출을 보았다. 하늘을 발갛게 물들이며 수줍은 듯이 해가 떠올랐다. 두 눈으로 해돋이를 보는 게 참 오랜만이었다. 이렇듯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에는 그동안 내가 너무 게을렀다. 또는 마음속에 그 무슨 간절함이 없었던 탓이기도 했다. 아니면 인생을 건성건성 살으려 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애환이 뒤섞인 도시 위로 우주의 등대인 양 태양이 빛나기 시작했다. 마치 새해 첫날처럼 두 손을 모아 기도하고 싶어졌다.

 

 

 

아내와 같이 자락길을 한 바퀴 돌았다. 8km를 걷는데 두 시간 정도 걸렸는데, 우리 수준에서는 딱 걷기 알맞은 길이었다. 어느 길이나 다 그러하지만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걷다 보면 마음이 환하게 밝아진다. 긍정과 감사의 에너지를 길에서 받는다. 원망과 미움의 감정도 스르르 꼬리를 내린다. 언젠가는 다시 살아날지언정 길을 걷는 순간만큼은 마음의 평화를 회복한다. 그런 점에서 두 발로 걷는 모든 길은 치유의 길이라 부를 수 있다.

 

쉼터 나무 의자에 앉아 인생 선배의 충고도 들었다.

 

"인생이 다 그렇죠. 잘되면 교만하지 않으려고 조심하고, 안 되면 그것에 대한 원망을 쌓지 않으려고 조심해야 하고요. 그런 점에서 한편으로는 태평해도 되는 거죠.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흘러갈 테니까요. 걱정하고 안달한다고 이 흐름을 어찌할 수는 없거든요. 세상은 끊임없이 변해가기 때문에 어떤 유토피아도 따로 있는 것이 아니예요. 변화를 지레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최인호의 에세이집 <인연>을 읽고 있다. 글 중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어린아이의 울음소리는 우리를 슬프게 한다. 하지만 아니다. 어린아이의 울음소리는 우리를 기쁘게 한다. 어린아이의 칭얼거리는 소리는 생명의 소리며, 어린아이에게서 맡을 수 있는 그 향긋한 냄새는 천국에서 갓 배달되어온 화원(花園)의 꽃향기다. 어린아이를 안을 때 느끼는 그 포근함은 우리를 창조한 하느님의 품을 연상케 하는 대리만족이며, 어린아이의 그 천진스런 눈망울과 표정은 분명히 존재하나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천사들의 천상의 언어로 대화하는 천상의 표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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