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애마

샌. 2014. 5. 23. 08:56

 

고개를 넘다가 기념으로 찍어준 애마(愛馬) 투싼, 8년째 나의 발이 되어주고 있는 고마운 친구다. 기특하게도 말썽 한 번 부리지 않고 어디든 가자는 대로 동행한다.

 

운전면허를 따고 가지게 된 첫 마이카는 기아 프라이드 중고였다. 에어컨도 장착되지 않았던 경차였지만 운전하는 재미에 빠져 가족을 태우고 전국 방방곡곡을 누볐다.

 

운전에 숙달되고 나서 산 게 현대 엘란트라였는데 내내 골치를 썩였다. 하자가 많이 생겨서 서비스 센터도 어지간히 들락거렸다. 달리다가 길 한복판에서 서버렸고, 자동 변속기 안에 엉뚱한 볼트가 들어가 있어 큰 사고가 날 뻔도 했다. 현대차를 안 사려고 했는데 어쩌다 아반떼가 다음 차가 되었다. 아반떼는 내 경제 수준에 맞는 무난한 차였다.

 

그러다가 여주 생활을 정리하며 생긴 돈으로 산 게 투싼이었다. 산속에서 전원생활을 하겠다고 일부러 SUV를 골랐다. 경유차는 처음인데 제일 만족하고 있다. 힘이 좋으며 험한 길도 문제없다. 단점으로 지적되는 소음도 적응이 되니 별로 신경 쓰이지 않는다. 전망이 좋으니 운전하기가 승용차에 비해 수월하다.

 

운전 경력이 25년 정도 되었다. 프라이드를 제외하고는 한 차마다 평균 8년씩은 타고 있다. 그동안 주행 거리는 대략 40만km 정도 된다.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면서, 지구를 열 바퀴 돈 것과 같다. 다행히 아직도 운전하는 데는 나이듦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늙어서도 잘할 수 있는 것 중에 운전도 하나다.

 

자동차를 없애고 사는 삶도 고민하지 않은 건 아니다. 차 없이 잘 사는 친구도 두엇 있다. 그들을 존경은 하지만 막상 내 경우로 대입하면 감당이 되지 않는다. 25년의 관성 탓에 자가용이 없으면 불편해서 못 살 것 같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대중교통이 잘 마련되어 있어 결단만 내리면 의외로 쉬울지 모른다.

 

차 하나 굴리는데 감가상각비까지 포함하면 한 달에 50만 원은 필요하다. 그 돈이면 가난한 사람의 한 달 생활비다. 그걸 생각하면 내가 너무 사치스러운 것 같아 미안하다. 차를 없앤다는 건 지구 환경 개선에 동참한다는 의미도 있다. 요사이 첫째 아이가 직접 운전해아 한다면서 차를 사고 싶어한다. 차라리 이참에 내 차를 줘버리고 없이 살아볼까, 내심 망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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