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남한산성 수어장대

샌. 2014. 5. 9. 11:56

 

비 그치고 바람 센 날이었다. 거센 바람을 맞고 싶어 남한산성 수어장대에 갔다. 세포 사이사이로 바람이 지나간다면 마음에 낀 찌꺼기를 훌훌 날려 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했다.

 

수어장대(守禦將臺), 우두머리가 군대를 지휘하는 곳이다. 이 건물을 볼 때마다 군사용 건물을 왜 저렇게 지었는지 의문이 든다. 불화살 몇 발이면 쉽게 불타버릴 것 같다. 실제 전투 용도보다는 멋내기나 위엄 부리기에 알맞아 보인다. 아니면 평상시에 연회를 즐기기에 좋게 생겼다. 임진왜란 때 의주로 도망친 선조, 병자호란 때 이곳으로 피난 온 인조가 사지에 남아 있어야 할 백성 걱정을 얼마나 했을까. 이승만은 6.25 전쟁이 터지자 서울은 안전하다고 거짓말을 해 놓고는 남쪽으로 도주한 뒤 한강 다리를 끊었다. 위기가 닥쳤을 때 백성과 함께하면서 목숨을 내걸고 싸운 캡틴이 우리 역사에 있었던가. 제 한 몸 보신하기에 전전긍긍한 지배층의 자랑스러운 전통이다.

 

자유무애로 바람이 불었다. 부는 바람은 거침이 없다. 어떤 석벽도 바람을 막지는 못한다. 인간사가 부질없다. 이것저것 따지고 재고, 니 것 내 것 아웅다웅해서 원하는 걸 움켜쥔 들 무슨 대수랴. 바람에 날리는 티끌 한 점이 아니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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