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남산길을 걷다

샌. 2014. 5. 27. 15:43

 

여름 선글라스를 사기 위해 남대문에 간 길에 남산에 오르고 주변 길을 걷다. 초입의 백범광장에는 새로 복원한 한양 성곽이 깔끔하게 단장되어 있다. 예전의 음침했던 공원의 분위기가 일신했다.

 

 

안중근의사 기념관 앞에서 선생이 남긴 글귀를 읽는다. '見利思義'라, '이익을 만나면 의(義)를 생각한다'는 부분에 눈길이 멎는다.

 

맹자가 양 혜왕의 초청을 받아 찾아갔다. 혜왕은 맹자에게 나라를 이롭게 할 수 있는 계책을 물었다. 이때 맹자는 대답했다. "임금님께서는 어찌 이익만 말씀하십니까? 인(仁)과 의(義)가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서로 자신의 이익만 챙기면 나라가 위태롭게 된다고 말했다. <맹자> 첫머리에 나오는 얘기다. 최근에 우리에게 일어난 비극도 모두가 이(利)만 탐하다가 벌어진 사태가 아니던가.

 

 

남산 정상까지 20분이라는 안내문에 용기를 얻어 계단길을 오른다. 황사가 찾아온 날이지만 시야는 괜찮은 편이다.   

 

 

 

태양을 찌를 듯 솟아 있는 타워 밑에서 서울 시내를 내려다 보며 생맥주 한 잔으로 목을 축인다.

 

 

남산 순환로 산책길이다. 5월의 햇살이 환하다. 가능하면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하지만 마음이 의지대로 따라주지 않는다. 미워하는 마음을 지워버리려 하지만 어느 순간 불쑥 되살아난다. 그러면 기운이 빠지고 우울해진다.

 

어떤 사람이 죽어 내세에 갔다. 그저 놀고먹기만 하는 아무 고통도 없는 곳이었다. 너무 행복해서 천국이라고 여기며 지냈다. 그런데 한참 있으니 지루하고 따분해졌다. 차라리 지옥으로 보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이놈아, 여기가 지옥이다."라는 대답이 들려왔다고 한다.

 

'아프니까 사람이고, 고통을 통해 우리는 성장해 나간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되새긴다. 우리는 모두 외롭고 아픈 존재들이다. 이 세상을 살아갈 때 이유는 모르지만 내가 감내해야 할 몫이 있는 것이다. 언제쯤이 되어야 용서와 연민이라는 말이 자연스레 나오게 될까. 

 

 

목멱산방에서 비빔밥으로 늦은 점심을 하다. 음식이 깔끔하다.

 

 

서울시청 별관 13층 전망대에서 보는 덕수궁이다. 잘 만들어 놓은 미니어처 같다.

 

 

 

 

약현성당은 언제 보아도 예쁘다. 신앙심도 이렇게 단아하고 곱다면 얼마나 좋을까. 시대를 닮아선지 믿음의 행실도 너무 거칠고 경박하다.

 

뚜렷한 목적지 없이 그냥 발길 가는대로 걸은 경로다. 아내와 함께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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