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제주도 4박5일 - 우도 걷기

샌. 2014. 6. 14. 14:04

 

제주도 4박5일 여행의 둘째 날은 우도(牛島)를 걸어서 일주했다. 올레 1-1 코스인 이 길은 마을과 밭을 지나고 바다를 끼고 걷는 재미가 아기자기하다.

 

잔뜩 흐린 날, 성산 여객선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20분 정도 걸려 우도 천진항에 닿았다. 배에서 내린 승객은 버스를 타거나 자전거, 스쿠터를 빌려 우도 구경을 시작했다. 걸으려 작정한 사람은 아내와 나, 둘밖에 없었다. 반시계방향으로 섬을 돌기로 했다.

 

 

 

 

길은 해안가를 벗어나 밭 사이로 꼬불꼬불 나 있었다. 밭의 경계를 나누는 돌담이 이색적이었다. 밭은 새로 경작을 시작하려는지 이랑이 잘 정리되어 있었다. 우도의 특산품은 땅콩이라고 한다.

 

밭길에 올레 표시가 잘 안 되어 있어 이리저리 많이 헤맸다. 그러나 어디를 걸어도 길인 것을, 멀리 보이는 우도 등대를 향해서 지그재그로 나아갔다. 길을 잃어도 걱정이 안 되는 곳이 우도였다.

 

 

빠알간 야생 딸기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농약 걱정이 살짝 되긴 했지만 너무 따지지 않기로 했다. 딸기는 기대만큼 달지는 않았다. 들에 나가면 무엇이건 모으려는 아내를 보면서 태곳적부터 시작된 여자의 채취 본능을 확인한다. 반면에 남자의 사냥 본능은 어디에 숨어있는가. 괜히 엉뚱한 공격성으로 세상을 어지럽히지는 않는지 모르겠다.

 

 

 

 

 

마을 담장에 피어 있는 꽃, 특히 수국이 탐스러웠다. 농촌 마을은 평화롭기 그지 없었다. 외지에서 온 관광객들을 주민은 어떻게 생각할까. 장사하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귀찮은 존재로 여길 듯하여 조심스러웠다.

 

 

 

 

 

 

우도봉(132m)과 등대 주변은 우도를 대표하는 풍경이다. 우도봉의 잔디와 하늘,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은 지두청사(地頭靑莎)라 이름 붙은 우도8경 중 하나다.

 

우도는 신생대 제 4기 홍적세 때의 화산 활동으로 생겨났다. 조선 숙종 23년(1697)에 국유목장이 설치되면서 말을 기르기 위해 왕래했고, 헌종 10년(1844)에 사람이 정착하여 살기 시작했다. 이 섬은 물소가 머리를 내민 모양이라 하여 우도라 명명되었다고 한다. 현재는 해양도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영일동을 지나서 닿는 곳이 하고수동해수욕장이다. 섬 일주 버스가 정차하는 곳이다. 버스가 설 때마다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 나왔다. 모래가 무척 고운 해수욕장이다.

 

 

해수욕장에 있는 작은 커피집에서 카푸치노 한 잔과 함께 잠시 쉬었다. 커피점 주인이 무척 친절했다. 현지인보다 외지인이 운영하는 가게가 대체로 친절한 편이다. 제주 사람은 무뚝뚝하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요사이는 그것도 많이 변한 것 같다.

 

제주도는 가는 곳마다 중국인이 넘쳐난다. 간간이 일본말이 들린다. 중국은 뜨고, 일본은 지는 해인 것 같다. 최근 아베 정권의 이해 못 할 극우적 행동은 그에 대한 반발이 아닐까. 그런데 중국 사람들은 너무 시끄럽다.

 

 

 

 

걷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아쉬웠다. 전부 바빠서 그럴까. 일주 버스를 타면 서너 군데 경치 좋은 데서 내려주고, 나머지는 달리며 우도를 구경한다. 시간 절약되고 편할 것이다. 그러나 체력과 시간 여유가 되는 사람은 탈것보다는 걷기를 권하고 싶다. 우도를 한 바퀴 도는 데 5시간 정도면 넉넉하다.

 

우도 걷기는 꼭 올레길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대충 방향만 정하고 아무 길이나 걸으면 된다. 이리저리 걷다 보면 올레길과 만나기도 하고 떨어지기도 한다. 올레길 표시만 찾으려 애쓰다 보면 오히려 더 피곤하다. 우도의 단점은 흙길보다는 시멘트 길이 많다는 점이다. 밭길조차 거의 시멘트 포장이 되어 있다.

 

 

 

현무암이 깔린 조용한 서쪽 해안에서 한참을 쉬었다. 자맥질하는 해녀도 구경하고, 파래와 톳도 땄다. 멀리서 가마우지 여섯 마리도 날개만 움직일 뿐 붙박이한 채 쉬고 있었다. 우도의 자랑이라는 에메랄드 바다색도 띠 모양으로 보였다.

 

아내와 여행을 하다 보면 티격태격하는 일이 잦다. 이상하게 나이가 들수록 더하다. 늙으면 어린아이가 된다는 말이 맞는가 보다. 그래도 아내와 둘이서 여행하는 좋은 점이 많다. 친구 S는 부부가 절대 같이 여행은 안 다닌다고 한다. 맨날 집에서 보는 사람과 밖에서도 같이 있으면 무슨 재미냐는 거다. 일부는 맞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는 천진항에서 출발하여 반시계방향으로 하우목동항까지 걸었다. 올레길 전체 길이는 16km인데, 대략 12km 정도 걸은 것 같다. 천진항과 하우목동할 사이에 있는 서빈해수욕장의 모래 감상은 다음 기회로 미루었다. 여기 모래는 눈이 부셔 잘 뜨지를 못할 정도로 하얗다 못해 푸른빛이 돈다고 한다. 천연기념물 438호라니 기대가 된다. 햇빛 좋은 날 찾아봐야 제대로가 되겠다.

 

걸어서 우도를 거의 일주했다는 것이 뿌듯했다. 걷는 내내 금방 비라도 뿌릴 듯 잔뜩 흐린 날씨였다. 따가운 햇살을 피할 수 있어 다행이었지만 우도의 화사한 경치를 즐기기에는 10%가 부족했다. 그리고 별 정보 없이 입도한 결과 몇 명승지를 놓친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맑은 날에 다시 한 번 걸어보고 싶다.

 

* 걸은 시간; 5시간(10:00~15:00)

* 걸은 거리; 12km

* 걸은 경로; 천진항 - 우도봉 - 영일동 - 하고수동해수욕장 - 삼양동 - 하우목동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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